국내 아웃도어 업체인 ‘블랙야크’의 강태선 회장(66)은 아웃도어 업계의 불황이라는 위기를 정면으로 맞섰다. 미국 오리건 주 포틀랜드의 아웃도어 회사 ‘나우’를 1500만 달러(약 162억 원)에 인수한 것이다. 미국은 세계 최대의 아웃도어 시장이다.
13일 서울 서초구 바우뫼로 블랙야크 사옥에서 기자간담회를 연 강 회장은 “이제는 블랙야크를 토종 브랜드라고 하지 말고 글로벌 브랜드로 불러 달라”며 이번 인수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업계에서는 강 회장과 블랙야크를 ‘과감한 도전으로 밑바닥에서 정상까지 오른 주인공’으로 평가한다. 블랙야크는 1973년 서울 종로5가 골목 한편에 세워진 ‘동진사’가 모태다. 33m² 남짓한 공장과 10m²도 안 되는 판매 공간이 전부였다. 16년 뒤 동진사는 강남구 압구정동으로 터를 옮겼다. 사옥 크기가 10배 커지고 매출도 10배 늘었다. 블랙야크란 브랜드는 1995년 내놓았다. 2000년대 등산용 고가 옷에 대한 인기가 치솟자 블랙야크는 빠르게 성장했다. 강 회장은 초심을 잃지 않은 결과라고 말한다.
그러나 가팔랐던 국내 아웃도어 시장의 성장은 지난해 멈췄다. 지난해 시장의 전체 매출액은 전년인 2013년 수준(약 6조9000억 원)으로 집계될 것으로 전망된다. 블랙야크(2013년 매출액 약 5805억 원)를 비롯한 상위 5개 업체(노스페이스, 코오롱스포츠, K2, 네파)들은 저마다 ‘나름 선방했다’고 하지만 대부분의 회사가 매출이 줄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그래서 이날의 기자간담회는 진작부터 관심이었다. 승부사 강 회장의 돌파구가 궁금했던 것이다. 그 돌파구는 세계 시장 진출이었다. 이를 위한 3대 축은 ‘아시아-유럽-미국’이다. 특히 눈길이 가는 곳은 미국이다. 블랙야크는 중국에 현재 260개 매장을 운영 중이고 유럽에는 2012년부터 세계 최대 스포츠용품 박람회인 ‘이스포(ISPO)’에 참가한 것을 시작으로 지난해 독일 뮌헨에 쇼룸을 여는 등 브랜드를 알려왔다. 그러나 세계 최대 아웃도어 시장인 미국에서는 눈에 띄는 성과가 없었다. 그만큼 진입 장벽이 높았다.
오랜 노력 끝에 찾은 돌파구는 미국 현지 업체인 ‘나우’의 인수였다. 미국 오리건 주 포틀랜드에서 2007년 설립된 ‘나우’는 친환경 패션 브랜드다. 유기농 재배 면 소재, 카키색과 무채색 등 세련된 도시감각의 아웃도어다. 그래서 미국 내 고객층도 20, 30대 젊은층이다.
강 회장의 아들인 강준석 블랙야크 글로벌사업부 이사(34)는 “나우는 고기능과 화려한 색상의 블랙야크와는 상반된 강점을 가진 업체로 두 업체가 결합하면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강 회장은 이날도 여느 때처럼 자신감이 넘쳤다. 그는 미소를 띤 얼굴로 말했다. “기업은 원래 잘 되다 안 되다 하지 않습니까. 기업이 잘 되다 안 되면 노력을 하게 됩니다. 지난해 불황은 좋은 자극제가 될 겁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