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브랜드 임대주택 성공하려면…도심 역세권 임대 물량 늘려야 효과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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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대형 건설사 브랜드로는 처음으로 서울에서 임차인을 모집한 민간 임대아파트 ‘신도림 아이파크’에는 전용면적 56∼57m² 188채 모집에 750명이 지원해 3.99 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보증금 3억 원에 월 임차료 15만∼25만 원의 조건에 중산층 실수요자가 움직였다.

정부가 13일 발표한 기업형 주택임대사업 방안은 이 같은 형태의 민간 임대아파트를 확대하겠다는 게 핵심이다. 분양주택 수준의 품질 좋은 임대주택을 공급해 임대주택에 대한 시각을 바꾸겠다는 것이다.

○ “현실에 맞게 유연한 적용을”

시장에서도 일단 정책 방향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중산층은 사회취약계층에 비해 상대적으로 정부의 지원이 부족했다는 점에서 임대주택 재고를 늘리는 이번 대책은 분명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정책 효과가 장기적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고, 그 범위도 제한적일 수 있다는 분석이 많다. 당장 수요가 많은 곳에서 100∼300채를 지을 택지를 찾기가 쉽지 않다는 게 문제다. 서울의 경우 마곡지구나 위례신도시는 물론 고덕·강일지구 등 일부 보금자리주택마저 모두 공급계획이 완료돼 더이상 공급할 땅이 남아 있지 않다. 그렇다고 수요가 극히 적은 도심 외곽에 단기간에 실적 쌓기식 임대주택을 대규모로 공급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박상언 유앤알컨설팅 대표는 “서울시 SH공사의 장기전세주택(시프트)은 도심 역세권에 위치해 성공할 수 있었다”며 “수요가 있는 도심권에 지역별로 다양한 형태로 소규모로 공급하고, 재개발·재건축 지역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월 임차료가 40만∼80만 원으로 책정된 것도 부담스럽다는 의견이 나온다. 여전히 수요자들이 전세를 선호하고 월세에 대한 심리적 거부감이 강하기 때문이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일정 시점까지는 임차료 부담이 큰 수도권 일부 지역은 보증금 비중이 높은 반전세 유형의 월세 상품을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방안이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제도를 유연하게 적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허윤경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100채 규모 8년 이상 임대사업에 진출할 수 있는 대규모 사업자는 한정돼 있다”며 “사업의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지역마다 택지, 세제, 자금 지원 등이 다양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 건설사들 “긍정적 검토” vs “글쎄”

대형 건설사들은 전반적으로 각종 세제 혜택과 자금 지원 등을 반기며 임대사업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초기 투자비용이 줄어드는 만큼 향후 임대주택 사업성이 개선될 것이란 게 건설사들의 시각이다. 다만 사업 검토가 시작 단계라는 점에서 당장 참여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종합금융보증을 도입해 총사업비의 최대 70%를 지원해 주니 사업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원하는 부지를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어 사업성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반면 대기업들이 사업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기 위해서는 택지 지원, 투자금 조기 회수 방안 마련 등 추가 지원이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 업계의 지적이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택지를 지원할 때 얼마나 깎아줄지 밝히지 않아 수익률을 따지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다른 건설회사 관계자도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기간이 장기화되면 돈이 묶여 버리는 것”이라며 “투자금을 몇 년마다 돌려받는 식의 방안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재영 redfoot@donga.com·조은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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