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書經’ 명재상 이윤의 리더십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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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말이 마음에 거슬리면, 그 말이 道에 맞는지 생각하십시오”

조선시대인 18세기 전반에 화가 양기성이 그린 ‘이윤경신(이윤이 신야에서 밭을 갈다)’이라는 제목의 그림. 이 그림은 농부의 삶을
 살며 유유자적했던 이윤의 모습을 묘사하고 있다. 탕왕이 세 차례나 사람을 보내 재상 자리를 권하자 이윤은 생각을 바꿔 왕을 
섬기기로 결심한다. 출처 예원합진(藝苑合珍)
조선시대인 18세기 전반에 화가 양기성이 그린 ‘이윤경신(이윤이 신야에서 밭을 갈다)’이라는 제목의 그림. 이 그림은 농부의 삶을 살며 유유자적했던 이윤의 모습을 묘사하고 있다. 탕왕이 세 차례나 사람을 보내 재상 자리를 권하자 이윤은 생각을 바꿔 왕을 섬기기로 결심한다. 출처 예원합진(藝苑合珍)
동아시아의 고전 ‘사서삼경(四書三經)’ 중 하나인 ‘서경(書經)’은 중국 고대 하은주(夏殷周) 시절 왕실에서 일어난 군주와 신하의 언행을 기록한 책이다. ‘서경’에 등장하는 인물 가운데 왕을 성군으로 키우고 보좌한 재상들의 활약은 눈부시고 흥미롭다. 그런 재상 중 한 사람이 이윤(伊尹)이다.

이윤이 활동한 시절은 하나라가 망하고 은나라가 새로 선 즈음이다. 은나라를 세운 이는 탕왕(湯王)이다. 탕왕은 이윤을 재상으로 선발했다. 탕왕이 죽은 후 이윤은 다음 왕 태갑(太甲)을 보좌했다. 하지만 태갑은 행동이 포악했고 이윤의 가르침을 좀처럼 따르지 않았다. 이윤은 태갑을 바라보며 “나쁜 습성이 이미 성품이 됐다”고 크게 한탄하며 태갑을 왕위에서 끌어내려 멀리 보내 근신하며 뉘우치게 했다. 3년이 지난 뒤 이윤은 태갑을 모셔다 다시 왕위에 올렸다.

태갑을 왕으로 모셔놓고 이윤은 가르침을 베풀었다. “높은 데를 오를 때는 반드시 아래로부터 시작하는 것과 같이 하시고, 먼 데를 나갈 때는 반드시 가까운 데서부터 시작하는 것과 같이 하십시오.” 잠시 근신했다가 다시 왕에 올랐으니 태갑에게는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인 셈이다. 이런 태갑에게 이윤은 “한 발 한 발 나아갑시다. 높은 데에 오르고 먼 데에 이르기 위해 지금 여기부터 시작합시다”라며 따뜻하고 극진하게 보살피고 격려한다.

왕의 마음가짐에 대해서는 이렇게 가르쳤다. “백성들은 특정한 한 사람을 좀처럼 존경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인(仁)을 갖춘 사람인 줄 알면 그들은 우러러봅니다.” 태갑은 왕이었으니 사람들이 그 앞에서 머리를 깊숙하게 조아릴 것이다. 그러나 그 사람들의 마음을 얻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다. 사람들은 어떤 사람을 쉽게 존경하고 우러르지 않는다고 이윤은 말한다. 아랫사람이 윗사람에게 머리를 숙이는 것이 마음의 존경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은 아랫사람은 다 아는데 윗사람만 알기 힘든 사실이다. 단, 인(仁)의 인격을 가지고 베푼다면 사람들은 진심으로 그를 우러러본다. 사정이 이러하니 높은 자리에 앉았다고 편안한 마음을 가지면 안 되고 낮은 자리의 백성이라고 해서 가볍게 봐서는 안 된다. 백성들을 업신여기면 그들은 능력을 발휘하지 못할 것이며 그러면 결국 그들과 함께 이뤄야 할 어떤 일도 이루지 못한다. 이것이 이윤의 가르침이다.

이윤이 태갑에게 준 많은 가르침 가운데 다음의 글은 훌륭한 리더가 되고자 한다면 한순간도 잊지 말아야 할 만고의 격언이다. “누군가의 어떤 말이 당신의 마음에 거슬리거든, 반드시 그 말이 도에 맞는가를 생각하십시오. 누군가의 어떤 말이 당신의 마음에 들거든, 반드시 그 말이 도에 맞지 않는가를 생각하십시오.” 이윤이 요구하는 이 가르침은 쉽지 않다. 사람들은 상대방의 마음에 거슬리지 않게 말하려고 애쓰고 기분 좋은 말을 들으면 그것이 도에 맞는지 따지고자 하지 않는다. 귀에 거슬리는 말을 들었을 때 그 안에 따르고 배울 바가 있으리라 생각하기도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리더라면 이런 이치를 꼭 생각하고 행해야 한다. 태갑은 본색이 어리석고 포악했지만 이윤의 가르침 덕분에 개과천선할 수 있었고 역사상 성군으로 남았다.

고연희 이화여대 강사
#이윤#리더십#사서삼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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