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주도로 中企제품 해외 판다고 개설… 하루 평균 거래액 고작 1400만원
“성과 조급증에 무리한 시장개입”
정부가 보여주기식 행정과 단기성과주의에 대한 유혹 때문에 시장에 직간접적으로 개입했다가 오히려 비효율을 자초하는 사례가 많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해 6월 정부가 설립한 ‘K몰24’라는 온라인쇼핑몰이다. 해외 소비자들이 편리하게 우수한 한국 중소기업 상품을 살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 설립 취지다. 하지만 14일 정부와 역직구 쇼핑몰 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한국무역협회를 통해 운영하는 K몰24의 지난해 하반기(7∼12월) 하루 평균 거래액이 1400여만 원 수준에 불과하다. K몰24를 통해 물건을 파는 업체는 500곳, 품목은 8000개에 이른다. 한 업체가 하루에 기껏해야 2만8000원어치를 판다는 얘기다.
지난해 11월과 12월에는 하루 평균 거래액이 각각 2700만 원, 5200만 원으로 증가했는데 업계에서는 다급해진 정부가 활성화를 강하게 압박한 것으로 보고 있다.
쇼핑몰 업계에서는 K몰24 개설에 10억 원 이상이 투입되고 정부가 세계 최대 온라인쇼핑몰인 알리바바의 마윈 회장과 K몰24의 협력까지 직접 주선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성과가 크게 미흡하다고 지적한다. 이와 관련해 무역협회 관계자는 “향후 입점 기업을 늘리고 인기 상품을 배치하면 거래액이 늘어날 것”이라고 반박했다.
국내 최대 쇼핑몰 개설업체인 카페24에 따르면 역직구 쇼핑몰은 2013년 말 4300여 곳에서 지난해 말 1만5000곳으로 1년 동안 1만700곳이 늘었다. 굳이 정부가 간여하지 않더라도 급속히 팽창하는 시장이다.
미래창조과학부가 이달 사업자를 선정하는 ‘제7홈쇼핑’ 역시 마찬가지다. 정부는 국내 농산물과 중소기업 제품 판매를 늘릴 목적으로 만든 NS홈쇼핑과 홈앤쇼핑이 제 역할을 못하자 또다시 ‘공영 홈쇼핑’을 선정하기로 한 것이다. 이미 실패로 끝난 공영 모델을 다시 강행하고 있는 셈이다. ▼ 제7홈쇼핑-창조경제타운도 비효율 논란 ▼
‘K몰24’ 논란
특히 이번에 단독으로 신청서를 낸 ‘주식회사 공영홈쇼핑’의 대주주인 중소기업유통센터(50%)와 농협경제지주(45%)는 정부 스스로 문제가 있다고 평가한 홈앤쇼핑의 주요 주주(각 15%씩)들이다.
정부는 이 같은 비판을 의식한 듯 홈쇼핑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창조·혁신 기업의 시장 진출’을 내세워 창조경제 추진 사례로까지 둔갑시켰다.
미래부는 제7홈쇼핑의 판매 수수료율을 다른 홈쇼핑들보다 10%포인트 이상 낮은 20%대로 설정했다. 운영수익의 출자자 배당 등도 금지했다. 태생적으로 기존 홈쇼핑들과의 경쟁에서 이겨낼 수 없는 구조다. 이 때문에 방송업계에서는 “제7홈쇼핑이 망하면 정부는 제8홈쇼핑을 또 만들 것”이라는 비아냥거림도 나온다.
미래부가 지난해 개설한 웹사이트 ‘창조경제타운’도 논란이 되는 사례다. 이 사이트는 일반인이 아이디어를 올리면 전문가들이 도움을 줘 상품화하도록 유도하는 사업이다. 하지만 우수한 아이디어가 적고 멘토들의 활동도 소극적이라서 국회에서 지적을 받을 정도였다.
이민화 KAIST 교수(창조경제연구회 이사장)는 “정부는 시장에 직접 개입하기보다는 공정한 심판 역할에 충실하고 기업가 정신을 고양하고 창의적 교육정책을 개발하는 등 시장경제의 인프라를 닦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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