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삼수(54) 영진물산 사장은 2년 전 겨울 큰 사고를 당했다.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광암터널 입구를 지나는 순간 잠깐의 실수로 가드레일을 들이받아 차량이 전복되는 대형 사고였다. 다행스러운 것은 머리에 크지 않은 상처가 난 것을 빼면 큰 부상이 없었다는 점이다.
채 사장은 당시 상황을 설명하며 “그나마 대형 세단이었기 때문에 큰 부상을 입지 않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사고 당시 그가 탔던 차량은 현대자동차 에쿠스다. 그는 33살 때부터 자가 운전을 했다. 젊어서는 소형차인 엑셀, 엘란트라, 에스페로 등을 몰았고, 자기 사업을 본격적으로 일으킨 30대 중반부터는 큰 차를 몰았다. 장거리 지방출장과 야간운전이 많아 ‘안전’을 최우선했기 때문이다.
그 당시 채 사장은 쌍용자동차 무쏘와 렉스턴, 체어맨 리무진 그리고 에쿠스로 바꿔가며 업무를 봤다. 사고가 난 후에는 좀 더 안전한 차를 찾기 시작했고, 그렇게 고른 모델이 메르세데스벤츠의 플래그십 대형 세단 S500이다. 채 사장은 “1년 조금 넘게 탔지만 여러 가지 면에서 만족스럽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채 사장이 직접 운전을 하는 일이 많지 않다. 사고 이후 지금까지 한 달에 많아야 4~5km 정도로, 어쩔 수 없을 때만 운전대를 잡는다고 했다. 그런 그에게 기아자동차가 최근 출시한 K9 퀀텀 5.0 시승을 부탁했다. 서울 송파구 가락동에 있는 영진물산 사무실에 도착했을 때 채 사장은 개인 기사에게 운전을 하도록 했다. S 클래스와 똑 같이 뒷좌석에 타고 느낌을 얘기해주겠다고 말했다.
시승코스는 가락동에서 경기도 하남을 거쳐 중부고속도로 광주IC로 빠져나가 그가 평소 자주 다니는 골프연습장을 찍고 되돌아오는 왕복 60km 구간으로 잡았다. 광주IC를 빠져 나간 후에는 채 사장이 직접 운전을 하기로 했다.
뒷좌석에 자리를 잡고 앉은 채 사장에게 S클래스와 비교해 시트의 촉감, 공간, 편의장치 등이 어떤지 물었다.
“우선 모니터가 크게 돌출돼 있지 않아서 좋다. 실내 디자인이나 편안함도 만족스러운 수준이다. 가운데 팔걸이의 높이나 위치, 시트의 재질과 크기 같은 것들의 조화가 잘 돼 있는 느낌이다. 밑에 발판도 편안하다.”
차가 길고 크면 뒷자리 탑승자들이 붕 떠있는 듯한 느낌과 어지러움을 호소하는 경우가 있은데 K9은 어떤지 물었다.
운전기사에게 속도를 내 보라고 주문한 채 사장은 “그런 느낌은 없다. 아주 편하고 시트의 쿠션도 적당해서 자세를 잘 잡아주는 것 같다. 하지만 뭐라고 딱 꼬집어 말하기는 어렵지만 S클래스는 마감이 고급스럽고 야무진 것처럼 보이는데, K9은 그런 점에서 뭔가 부족한 느낌은 든다.”
그는 가격 대비 상품성에서 K9에 높은 점수를 줬다.
“옵션의 구성이나 여유로운 공간, 승차감은 S클래스와 비교해 크게 다르지 않은 느낌이다. 무엇보다 가격을 생각하면 솔직히 상품성이 과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기사에게도 운전을 할 때 S클래스와 비교해 어떤 점에 차이가 있는지를 물었다. 그런데 의외의 대답이 돌아왔다.
“사람마다 다르기는 하겠지만, 나는 핸들링이나 운전대를 조작하는 느낌만큼은 S클래스보다 K9이 더 좋은 것 같다. 이전에 사장님이 사고를 내기 전까지 몰았던 에쿠스와도 확실한 차이가 난다. 굉장히 부드럽게 움직인다. 뒷좌석에 VIP를 모셔야 하는 입장에서 이런 부드럽고 차분한 움직임은 큰 장점이다.”
광주IC부터 직접 운전한 채 사장의 반응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모처럼 하는 운전인데도 어색함이 별로 없다. 운전자의 요구에 차가 잘 반응을 하고 고속에서도 조용한 것이 마음에 든다. 우리 기술로 이 정도의 차를 만들다니, 정말 칭찬해 줄만 하다. 내비게이션도 사용하기 편하다.”
트렁크 공간에 대한 평가도 빼놓지 않았다.
“S클래스는 골프백 2개가 실린다. 지인들과 라운드를 갈 때마다 아주 곤혹스러울 때가 많은데, K9이 캐디백과 보스턴백 4개를 한꺼번에 실을 수 있다니 대단하다.”
한편 K9은 오너드라이버의 개인 업무용 판매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다고 한다. 그러나 채 사장의 평가대로 뒷좌석 승차감과 넓은 공간, 부드러운 거동 등을 감안한다면 의전용으로도 충분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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