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국민은행이 국세청을 상대로 한 4000억 원대 조세소송에서 8년 만에 이겨 납부세액의 상당 부분을 돌려받게 됐다. 2007년 국세청이 국민은행에 내린 과세 처분이 소송을 통해 뒤집힌 것이다. 최근 국세청의 고액 조세소송 패소가 잇따르면서, 관계 당국의 ‘아니면 말고’ 식 행정처분과 허술한 소송 수행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대법원 2부(주심 신영철 대법관)는 15일 국민은행이 서울 중부세무서장을 상대로 낸 법인세 등 부과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국세청은 걷은 세금과 이자는 물론이고 손해 기간에 상응하는 지연손해금, 변호사 비용 등도 국민은행에 지급해야 한다.
국세청 관계자는 “실제 돌려줘야 하는 돈은 2500억 원 정도로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민은행 측 법무대리인이 국내 최대 로펌인 김앤장 소속 대법관 출신 및 조세 전문 변호사로 구성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변호사 비용만 100억 원 이상일 것이라는 게 법조계의 관측이다.
국세청은 2003년 ‘신용카드 대란’으로 대규모 손실을 본 국민카드가 그해 국민은행과 합병하면서 애초 국민카드 회계장부에 없던 9320억 원의 대손충당금을 회계에 반영한 것을 두고 “순이익을 줄여 법인세를 덜 내려는 꼼수”라며 4420억 원의 법인세를 물렸다. 국민은행은 2007년에 일단 법인세를 납부한 뒤 곧바로 “법적으로 하자가 없는 정상적 회계처리”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국민은행은 2011년 서울행정법원의 1심에서 이긴 이후 최종심까지 모두 승소 판결을 받았다. 당시 서울행정법원 측은 “국민은행이 국민카드 부채를 넘겨받은 것은 자회사 흡수합병에 따른 포괄 승계”라며 국민은행 쪽 손을 들어줬다. 2심 판결을 한 서울고등법원도 “합병 전 국민카드가 대손충당금을 회계에 반영하지 않은 것은 부적절한 행위로 비난받을 여지가 있지만 이 사건의 경우 납세자가 선택권을 행사한 것”이라며 국민은행 측 승소 판결을 내렸다.
금융권에서는 금융당국과 국세청이 무리한 행정집행에 나섰던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은행 건전성 감독과 납세서비스 제공이라는 ‘대국민 행정’을 펼쳐야 하는 금융당국과 국세청이 소모적 조사와 소송으로 막대한 인력과 재정의 낭비를 불러왔다는 것이다. 2004년 이후 금융위원장(금융감독위원장 포함)이 5번, 국세청장은 8번 바뀌면서 패소에 따른 책임 유무도 묻기 어렵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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