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형 임대아파트 사업에 뛰어들기로 한 대형 건설사들이 임대아파트에 자사의 분양아파트 브랜드를 사용할지 여부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앞서 13일 내놓은 기업형 임대아파트 도입 방안에서 아파트 이름이 ‘대형 건설사 브랜드+스테이(stay)’ 형식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물산이 지은 임대아파트는 ‘래미안 스테이’, 대림산업의 임대아파트는 ‘e편한세상 스테이’ 등으로 명명하겠다는 것. 이들 상표를 활용해 임대아파트의 이미지를 고급화하겠다는 취지다. 국토부는 기업형 임대아파트의 이름은 건설사 자율에 맡긴다면서도 건설사들에 자사의 브랜드를 활용하도록 독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건설사들은 정작 유보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소비자들이 기업형 임대아파트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십여 년 동안 구축해온 자사 브랜드에 자칫 흠집이 날까 하는 우려에서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현재 형성된 브랜드 가치를 유지하는 게 앞으로 분양시장에서 중요하기 때문에 임대아파트에 쓰는 게 고민된다”고 말했다. 인천 도화지구 5, 6-1블록에 임대아파트 1960채를 짓기로 한 대림산업 측도 “e편한세상 브랜드를 쓸지는 아직 결정된 바 없다”고 말을 아꼈다.
기존 대형건설사의 브랜드 아파트 입주민들의 반발이 우려된다는 의견도 있다. 브랜드에 따라 집값이 움직이는 부동산 시장에서 임대아파트에 자신들이 살고 있는 아파트 브랜드가 쓰이는 것을 반기는 이는 별로 없을 것이라는 얘기다.
실제로 서울 강남구 자곡동 강남보금자리지구에서 ‘래미안’ 브랜드를 놓고 갈등이 벌어지고 있다. SH공사의 임대·공공분양아파트인 ‘자곡포레’ 입주민들이 단지명을 ‘래미안 강남포레’로 변경하려 하자 같은 지구 내 민간분양아파트인 ‘래미안 강남힐즈’ 주민들이 반발하고 있다. 두 아파트 모두 삼성물산이 시공을 맡았지만 래미안 강남힐즈는 3.3㎡당 2040만 원에 분양된 반면 자곡포레는 1700만 원에 분양됐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기업형 임대아파트에 ‘래미안’ ‘자이’ ‘힐스테이트’ ‘푸르지오’ 등 아파트 브랜드를 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허윤경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인지도가 높은 대형사일수록 분양시장에서 이미지 손상을 고려해 분양용과 임대용 브랜드가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정부가 기업형 임대아파트 육성 의지를 대대적으로 천명한 상황에서 건설사들이 눈치를 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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