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기업 A사는 최근 지방에 쇼핑몰을 짓기 위해 지점을 개설하려다가 별도 법인을 세웠다. 해당 지자체에서 “별도 법인이어야 투자 유치 실적으로 인정받는다”며 간곡히 요청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음 달 시행규칙이 확정되는 기업소득 환류세제 때문에 고민에 빠졌다. 같은 내용의 국내 투자라도 지분 투자 방식은 ‘환류세제상 투자’로 인정받지 못해 과세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재계가 기업소득 환류세제 시행규칙 확정을 앞두고 지분 투자와 해외 투자도 환류세제상 투자로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전국경제인연합(전경련)은 19일 “지분 투자, 해외 투자 인정을 포함한 15건의 개선사항을 기획재정부에 건의했다”고 밝혔다.
기업소득 환류세제는 당기 소득의 80% 이상을 투자나 임금 증가, 배당에 사용하지 않거나 투자를 제외하고 임금 증가와 배당에 30% 이상 사용하지 않을 경우 세금을 매기는 제도다. 현재 계획대로라면 지분 투자와 해외 투자 금액은 환류세제상 투자로 인정받지 못해 과세 대상이 된다.
전경련은 “지분 투자는 피인수기업의 영속성을 보장하고, 인수기업에는 신성장동력 발굴의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인정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A사처럼 효과는 똑같은 국내 투자지만 형식만 지분 투자인 경우도 적지 않기 때문에 일방적 과세는 부당하다는 것이다. A사 관계자는 “목적과 내용이 똑같은 투자지만 단지 방식이 다르다고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또 전경련은 해외 투자도 국내 경제 활성화에 미치는 효과가 상당한 만큼 과세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실제로 해외 자원개발 수입이 전체 매출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한 대기업 관계자는 “국내에서 자원이 나지 않기 때문에 관련 투자는 부득이 해외 개발 비중이 높을 수밖에 없다”며 “일률적으로 환류세를 부담하게 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강조했다.
홍성일 전경련 금융조세팀장은 “정부가 기업의 정상적인 투자 행위를 선별적으로 인정한다면 인정받지 못한 투자 행위는 위축될 수밖에 없어 오히려 투자 활성화에 반하는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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