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3년차인 전현아 씨(29·여)는 지난해 9월 서울의 한 빌라를 구입하며 약 9000만 원을 대출받았다. 한 달에 이자로 나가는 비용은 약 35만 원 수준. 전 씨는 지난해 대출받을 당시 은행직원으로부터 “대출금리가 높은 편이 아니라 펀드 등으로 돈을 굴린 뒤 한 번에 갚는 게 더 이익이 날 수 있다”는 조언을 들었지만 최근 마음을 바꿨다. 그는 “주식시장도 침체되고 예금금리도 낮아 좀처럼 돈을 굴릴 곳이 없다”며 “차라리 빚을 없애는 게 돈 버는 길이란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되며 투자자들이 돈 굴릴 곳을 못 찾고 있다. 전문가들은 돈을 불리는 것보다는 빚부터 갚아 불필요한 금융비용을 줄이는 지혜가 필요한 시기라고 입을 모은다. 이른바 ‘빚테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빚테크의 첫 단계는 가장 금리가 높은 대출부터 갚는 것이라는 게 금융권 관계자들의 조언이다. 금액이 적다고 금리가 높은 대출금을 방치하면 그만큼 무의미한 지출이 늘어난다는 설명이다. 특히 신용대출과 카드론 등 연 이자가 10%에 육박하는 대출부터 갚는 게 중요하다.
빚을 갚기 위해 적금을 들거나 목돈을 정기예금에 넣어두기보다는 돈이 생길 때마다 원금을 갚는 게 더 유리하다는 조언도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예·적금이나 대출의 금리 차이만 비교해 봐도 답이 나오는데 많은 투자자들이 적금으로 목돈을 만들어 원리금을 갚아 나갈 생각을 하고 있다”며 “항상 빚부터 갚겠다는 생각을 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목돈을 마련하고 싶다면 소득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내 집을 마련하는 게 차라리 낫다는 의견도 있다. 부부합산 소득이 8000만 원 정도라면 1억~1억5000만 원 정도의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뒤 3~5년간 이를 갚아나가면 주거문제도 해결하고 자산도 늘릴 수 있다는 것이다.
신동일 국민은행 대치PB센터 팀장은 “상환능력이 되는 선에서 빚을 내면 무작정 돈을 모으는 것보다 더 빠르게 돈을 모을 수 있다”며 “현재보다 금리가 높을 때부터 부자들이 자산을 늘리는 첫 번째 단계로 해 오던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은행에서 새로 돈을 빌릴 때에는 각 은행의 금리를 충분히 비교해보는 게 필수다. 보통은 거래 실적이 많은 주거래은행에서 돈을 빌린다. 이 경우 우대금리를 적용받을 수 있지만 다른 은행에서 한시적으로 금리가 낮은 상품을 특별 판매하는 갈 놓치는 경우도 생기기 때문이다. 금융회사별로 금리를 비교해주는 기관을 이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사회적기업인 한국이지론은 대출자가 전화나 인터넷으로 상담을 하면 무료로 전국 모든 은행의 대출금리를 비교해주고 있다.
이상권 한국이지론 대표이사는 “어느 은행에 가야 자신의 소득과 신용등급으로 가장 낮은 금리에 돈을 빌릴 수 있는지 알려주는 서비스를 제공해 서민들이 과중한 금리부담을 피할 수 있게 돕고 있다”고 말했다.
빚테크의 기본은 불필요한 소비를 위해 빚을 내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관석 신한은행 자산관리솔루션부 팀장은 “대출금리 이상의 수익을 낼 수 있는 금융상품은 많지 않은 만큼 의미 없는 대출은 피해야 한다”며 “금리가 낮다고 해서 불필요한 소비를 위한 빚을 내지 않는 게 빚테크의 첫걸음”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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