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SBI저축은행 하반기(7~12월) 공채에는 25명 모집에 총 3750명이 몰려 경쟁률이 150대 1까지 치솟았습니다. 지원자 중에는 미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 중국 베이징대 출신 해외 유학파는 물론이고 서울대 출신까지 스펙이 좋은 사람들이 적지 않았습니다. 또 현대증권 계열인 현대저축은행이 지난해 12월 중순 내놓은 특판 예금에는 보름동안 무려 460억 원의 뭉칫돈이 몰렸습니다.
2011년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대출 여파로 저축은행들이 줄줄이 문을 닫으면서 ‘부실의 대명사’란 오명을 뒤집어썼던 저축은행 업계가 요즘 오랜 침체에서 벗어나고 있습니다. 사람과 돈이 몰리고 있고, 수익지표도 개선되고 있습니다.
19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2014년 7~9월에 저축은행 업계는 당기순이익 190억 원으로 흑자전환에 성공했습니다. 저축은행이 분기 흑자를 낸 것은 2009년 10~12월 이후 약 5년 만입니다. 올해 1~3월 성적은 더 좋아질 것이란 기대도 커지고 있습니다.
일부 저축은행은 영업점을 늘리고 있습니다. SBI저축은행은 지난해 11월에 광주, 인천에 지점을 추가로 개설했습니다. OK저축은행은 서울에 4곳의 출장소 설립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때마침 금융당국은 저축은행이 점포를 확대할 때 부과하던 증자 의무도 폐지했습니다.
그렇다고 ‘청신호’만 있는 건 아닙니다. 시중은행의 부동산 대출규제가 완화되면서 그동안 저축은행이 독식하다시피 했던 주택담보대출이 1금융권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습니다. 신용대출 시장에서는 저축은행간 경쟁이 심화되고 있습니다.
저축은행이 신뢰받는 금융회사로 거듭날 수 있을지는 틈새시장 찾기에 성공하느냐 여부로 판가름 날 것 같습니다. 기업대출, 주택담보대출, 방카쉬랑스, 카드 등 영업 방향을 다각화하고 저축은행 별로 강점을 찾아야 합니다. 알짜 중소기업 대출에 집중하고 있는 SBI저축은행이 한 예입니다. ‘고객 숟가락 숫자까지 알만큼’ 자주 방문하는 방식으로 ‘관계형 금융’에 앞장서는 진주저축은행도 있습니다.
한때 수많은 예금자들을 울렸던 저축은행이 이제는 저신용자들의 숨통을 트여주는 진짜 ‘서민금융기관’으로 거듭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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