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월의 보너스’ 기대했는데…정부의 소통부족이 빚은 조세저항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19일 21시 51분


‘유리지갑’으로 불리는 근로소득자들이 연말정산에 대해 불만을 터뜨리는 것은 ‘13월의 보너스’를 기대하다가 세금을 더 내야 하는 낯선 상황을 준비 없이 맞았기 때문이다. 소득수준과 가구 상황에 따라 세 부담이 크게 달라지는데도 정부가 정밀한 분석을 토대로 국민에게 안내하지 않고 ‘정책에는 잘못이 없다’는 논리를 개발하는 데만 급급해 국민들이 등을 돌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동아일보가 세무법인에 의뢰해 4인 가구의 가장이고, 연봉 6000만 원인 A 씨의 사례를 토대로 시기별 세 부담을 시뮬레이션해본 결과 A 씨는 2013년 연말정산에서 7만 원 정도를 돌려받았다. 하지만 지난해 연말정산 때 약 30만 원을 추가 납부한데 이어 올해는 84만 원을 토해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A 씨의 연간 소득, 신용카드 사용액, 보험지출액, 저축액 등이 3년간 같다고 가정해 분석한 것이다.

지난해에는 월급에서 원천징수하는 세금과 나중에 돌려주는 세금을 줄이는 방식으로 간이세액표가 조정되면서 추가 납부액이 처음으로 생겼고, 올해에는 소득공제체계가 세액공제로 바뀌면서 부담이 급증했다.

연말정산 결과 A 씨가 최종 납부해야 하는 소득세는 2013년 총 295만 원에서 올해 326만 으로 31만 원 늘어난다. ‘세금 폭탄’이라 불릴 만큼 증가한 것은 아니지만 원천징수 방법과 세제변화가 한꺼번에 반영되는 과정에서 소통 부족으로 조세저항이 생기고 있다.

정부는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바꾸는 등의 세제개편으로 연소득 5500만~7000만 원 근로자의 연간 세 부담이 평균 2만~3만 원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다자녀 추가공제 축소 등으로 A씨의 연간 세 부담 증가액(31만 원)은 정부 추계보다는 10배가량 많은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부양가족 수, 지출형태, 공제규모 등 개인별 여건에 따라 세금납부액이 확연한 차이를 보이는데도 기재부가 획일적인 잣대로 연말정산 결과를 설명해 오해를 키운 셈이다. 아울러 기재부는 연소득이 7000만 원을 넘는 근로자의 1인당 세 부담이 평균 134만 원 늘지만 연소득 5500만 원 미만인 사람의 세 부담은 대체로 줄어들 것으로 봤다.

일부에서는 정부가 세법 개정 후 1년이 지나도록 세금부담이 늘어나는 사람들을 이해시키는 홍보가 부족했고, 연말정산 불만이 제기되는 시점에 담뱃값을 올리는 등 국민 정서를 고려하지 않고 정책을 추진해 납세자들의 반발을 키웠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또 다자녀 공제, 개인연금 공제 등의 축소로 적잖은 중산층 이하 근로자의 실제 세 부담이 늘어나는 경우가 속출해 ‘고소득층 세금만 올렸다’는 정부 설명이 설득력을 잃고 있다.

김선택 한국납세자연맹 회장은 “지금처럼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실제 연말정산 결과가 나오면 후폭풍이 커질 수 있다”며 “맞벌이, 다자녀가구 등 다양한 사례별로 정교하게 계산해 세금이 크게 늘어난 이들의 부담을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올해 세제개혁 때 공제제도에 대한 대대적인 손질이 필요하다고 본다. 임주영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의료비 공제나 부양가족 공제처럼 근로소득자가 일하는 과정에서 경비라고 인정할 수 있는 항목에 대해서는 감면 폭을 늘려주되 신용카드 공제처럼 과세 투명화라는 정책 목표를 달성한 제도를 줄이는 식의 개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세종=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이상훈 기자 janua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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