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택배·물류업체들의 모임인 한국통합물류협회는 2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사평대로 더팔래스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농협의 택배업 진출을 반대한다”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농협은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장에서 택배사업 진출을 공식화한 바 있다.
택배업계는 농협이 택배사업에 진출하면 2000년 우체국이 택배 시장에 진입할 당시 택배 단가가 급락했던 현상이 다시 나타날 것을 우려하고 있다. 2000년 초반 건당 4700원 정도였던 택배요금은 우체국의 택배업 진출 후 점점 떨어져 지난해 2447원으로 2500원 아래로 떨어진 상황이다. 통합물류협회 박재억 회장은 “자산규모 290조 원에 44개 자회사를 거느린 거대공룡 농협이 단가경쟁을 부추긴다면, 안 그래도 어려운 택배시장은 붕괴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택배업계가 반대하는 또 다른 이유는 불공정 경쟁에 대한 우려다. 배명순 통합물류협회 사무국장은 “민간택배사는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의 적용을 받아 차량을 늘리는 데 엄격한 규제를 받지만, 농협은 농협법이 적용되기 때문에 각종 세제감면과 규제 예외적용 등 불공정한 혜택을 누리게 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농협은 다른 택배회사들의 반대 논리가 다소 과장됐다고 반박했다. 농협 관계자는 “전체 택배 물량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대형 택배회사들이 농협의 영향력을 과도하게 부풀리고 있다”며 “국내 택배시장에서 농협 관련 물량이 차지하는 비중은 1.25%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농협은 우정사업본부가 지난해 7월부터 우체국 택배의 토·일요일 휴무를 시행하면서 신선농작물의 빠른 배송에 차질이 생겼기 때문에 지역 농민들을 위해 택배사업 진출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하지만 통합물류협회 측은 “중단된 우체국 택배의 토요일 물량은 택배시장 전체 물량 중 0.006%에 불과한데 이 때문에 거대 자본을 투자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꽃집 장례식장 주유소에 이은 농협의 문어발식 사업 확장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기존 업체들은 농협이 1000억∼1500억 원을 들여 중소 택배업체를 인수할 계획이라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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