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호주 자유무역협정(FTA) 발효로 호주 와인의 가격이 잇달아 내려가면서 호주 와인이 ‘과거의 영광’을 되찾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호주 와인은 2000년대 초중반 신대륙의 대표적인 와인으로 꼽히며 각광을 받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와인 시장의 경쟁이 심해지면서 인기가 주춤했다.
2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와인 수입업체들과 대형 할인점 등은 최근 호주산 와인 공급가를 잇달아 인하했거나 할인 행사를 준비 중이다. 호주 와인에 붙던 17%의 관세가 지난해 12월 12일 한-호주 FTA가 발효되면서 없어졌기 때문이다.
롯데주류는 다음 달 1일부터 ‘옐로 테일’과 ‘펜폴즈’ 등 호주산 와인 4개 브랜드 100여 개 제품의 공급가를 8∼16% 인하한다. 이에 따라 ‘펜폴즈 쿠눙가힐 시라즈’의 경우 대형마트 판매가격이 기존의 4만5000원에서 3만8000원으로 15.6% 내려간다.
나라셀라는 이달 중순부터 ‘얄룸바’ ‘지아콘다’ ‘헨슈케’ ‘짐배리’ 등 브랜드의 호주산 와인 33가지 제품의 소비자판매가를 평균 9.8%가량 인하했다. 신동와인은 FTA 발효 직후인 지난달 중순 ‘로즈마운트’와 ‘토브렉’의 소비자가격을 13∼15% 인하했다.
호주 와인은 2000년대 중반까지 수입액과 수입량 기준으로 꾸준히 상위 5위 안에 들었다. 하지만 칠레와 스페인,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의 와인이 밀려들자 입지가 좁아졌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 수입된 호주 와인은 788만 달러(약 85억 원)어치로 프랑스 칠레 이탈리아 미국 스페인 와인에 이어 6위에 그쳤고 수입량 기준으로는 남아공 와인에 이어 7위에 머물렀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칠레 와인 소비도 한-칠레 FTA 발효(2004년) 후에 급증했다”며 “고객들이 호주 와인의 가격 인하를 체감하면 판매가 본격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FTA 발효 이듬해인 2005년 칠레 와인의 수입액(1188만4000달러)은 2003년(299만 달러)의 4배로 증가했다. 그해 칠레 와인은 프랑스 와인에 이어 국내 판매 순위 2위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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