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금융에 대해 전문성이 없는 정치권 출신 ‘낙하산 인사’가 금융회사 감사 자리를 차지하기가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금융회사 지배구조 모범규준’을 마련해 사외이사의 자격 기준을 강화한 금융당국이 올해 안에 준법감시인 및 감사위원회에 대한 모범규준을 내놓기로 했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22일 “올해 업무계획 중 하나로 금융회사들의 내부통제를 강화하기 위해 준법감시인 및 감사위원회에 대한 모범규준을 새로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민은행 도쿄지점 불법대출 사건 등 지난해 금융권에서 잇달아 일어난 사고 대부분은 내부 감시만 제대로 이뤄졌어도 막을 수 있었다는 게 금융위 내부의 인식이다.
준법감시인과 감사위원회 제도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기업의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경영을 감시하기 위해 도입됐다. 이에 따라 자산총액 2조 원 이상의 상장기업은 이사회 안에 사외이사가 3분의 2 이상인 감사위원회를 의무적으로 둬야 한다. 또 모든 금융회사는 준법감시인을 둬야 한다. 하지만 이 제도가 실제 금융사고를 사전에 막지 못하는 ‘허울뿐인 제도’로 전락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금융권에서는 감사위원회 제도가 제 역할을 못하는 주요 원인으로 정치권 등의 낙하산 인사를 들고 있다. 금융회사의 상근감사는 내부 통제의 최고책임자로 최고경영자(CEO) 다음으로 중요한 자리로 평가받지만 특별한 자격 요건이 없어 ‘정치권 낙하산’이 내려오는 자리가 돼 왔다.
금융위는 지난해 ‘금융 지배구조 모범규준’을 통해 CEO와 사외이사에 대해 낙하산을 배제할 수 있도록 ‘금융에 대한 경험과 지식을 갖출 것’을 요구한 바 있다. 하지만 상근감사는 이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이 가운데 지난해 10월 우리은행 상근감사위원 자리에 친박연대 대변인을 지낸 정수경 변호사가 선임됐고, 9월에는 박근혜 캠프 출신인 공명재 계명대 교수가 한국수출입은행 감사로 임명되는 등 지난해에만 총 10여 명이 낙하산을 통해 자리를 차지했다. 2011년 저축은행 사태 이후 금융감독원 출신들의 금융권 취업이 제한되자 정치권 낙하산이 이 자리를 대신 차지한 셈이다.
시중은행의 한 임원은 “감사는 경영을 감시하는 막중한 자리”라며 “낙하산 인사가 내려오거나 한번 자리를 차지한 감사가 몇 년씩 눌러앉아 있는 일은 금융회사의 경쟁력을 낮출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금융위가 올해 정비할 모범규준에는 감사의 자격요건과 책임 범위를 강화하는 한편 준법감시인의 지위를 높이는 내용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준법감시인이 모든 업무회의에 참여할 수 있도록 보장하고, 위법사항이 발생하면 업무정지 요구권을 부여하는 방안도 포함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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