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시중은행들에 주택담보대출의 중도상환수수료를 인하하라고 ‘팔 비틀기’에 나선 가운데 정작 정책금융기관인 한국주택금융공사는 여전히 높은 수수료를 챙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민들의 주택 마련을 돕기 위해 설립된 주택금융공사가 시중은행과 다름없이 ‘수수료 장사’에 나선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택금융공사는 보금자리론과 적격대출에서 중도상환을 한 대출자에게 시중은행과 비슷한 최대 1.5%의 수수료율을 적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금자리론은 무주택자를 상대로 한 상품이고, 적격대출은 서민의 내 집 마련을 지원하기 위해 만든 장기고정금리 상품이다.
중도상환수수료는 대출자가 대출 상환 기간 전에 대출금 전액을 갚을 경우 내야 하는 돈이다. 시중은행들은 통상 3년 이내에 대출금을 상환할 경우 대출 잔액의 최고 1.5%를 수수료로 부과해왔다. 최근 저금리 기조에 따라 기존 대출을 갚은 뒤 더 낮은 금리의 대출로 전환하려는 사람이 늘고 있어 이 같은 수수료가 적잖은 부담이 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았다. 이 때문에 일부 시중은행이 수수료 인하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정책금융기관인 주택금융공사는 아직 인하 계획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정무위원회 이운룡 의원(새누리당)에 따르면 주택금융공사의 2011년 1월∼2014년 6월 중도상환수수료 수익은 2260억 원에 이른다. 보금자리론의 공급액은 2013년 11조9047억 원, 2014년 7조1213억 원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공공기관들이 수익성을 높이라는 정부의 압박에 시달리는 가운데 주택금융공사가 이 같은 ‘알짜 수익’을 쉽게 포기하지 못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중도상환수수료 부담이 높다는 지적이 일자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한국금융연구원에 용역을 줘 ‘중도상환수수료 체계 개선방안’을 내놓는 등 시중은행들에 대해 수수료를 인하하도록 압박한 바 있다. 이에 따라 가장 먼저 IBK기업은행이 올해 2월부터 해당 수수료를 최대 1.5%에서 최대 1.0%포인트 낮추기로 했다. 나머지 시중은행 9곳(국민, 농협, 수협, 씨티, 신한, 우리, SC제일, 외환, 하나)도 대부분 올해 안에 수수료를 인하할 방침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가계, 기업이 어려운 상황인 만큼 은행들이 수수료를 내려야 하지 않겠냐는 뜻을 전해왔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 역시 “타행들도 상반기(1∼6월)에 인하를 검토한다고 하니 눈치를 안 볼 수가 없다”고 말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주택금융공사의 중도상환수수료가 높다는 지적에 대해 “해결 방안을 검토해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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