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박모 씨(36)는 지난해 10월부터 즐겨먹던 라면을 거의 먹지 않는다. 급히 끼니를 때울 요량으로 편의점을 찾을 때도 라면 대신 김밥이나 샐러드 등 다른 즉석식품을 집어 들곤 한다. 그는 “평소 일주일에 서너 번씩 라면을 먹었지만 다이어트도 하고 건강도 챙기기 위해 되도록 먹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농심이 시장조사업체 AC닐슨 자료와 식품유통연감 등을 바탕으로 작성해 26일 발표한 ‘2014년 국내 라면 시장 결산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라면시장 규모는 1조9700억 원으로 2013년(2조100억 원)보다 약 2% 줄어들었다.
시장 규모가 줄어든 원인으로는 박 씨처럼 건강을 중요하게 생각하거나 ‘웰빙’을 추구하는 소비 풍토의 확대와 손쉽게 전자레인지 등에 데워 먹을 수 있는 대용품, 즉 간편 즉석식품의 증가 등이 꼽힌다.
농심 관계자는 “라면을 대신할 수 있는 다양한 편의식품이 늘어난 데다 대형마트의 휴일 영업 규제로 한 번에 많은 양을 구입하던 수요까지 줄었다”며 “세월호 참사 등 각종 사건·사고에 따른 소비 침체도 매출 감소에 영향을 줬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와 함께 라면 수출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업체들의 라면 수출액은 2억846만 달러(약 2251억 원)로 2013년(2억1253만 달러·약 2295억 원)보다 약 2% 감소했다.
특히 한 때 한국산 라면의 ‘최대 고객’이던 일본으로의 수출 부진이 두드러진다. 한국 라면의 일본 수출은 2011년(5278만 달러·약 570억 원)로 정점을 찍은 뒤로 매년 내리막을 걷더니 지난해(2448만 달러·약 264억 원)에는 2011년의 반토막이 됐다. 주요 원인은 최근 일본에서 부는 반한 감정과 한류(韓流)의 약화 등이다.
이런 부진을 타개하기 위해 요사이 라면업체들은 면발을 개선하거나, 나트륨 함량을 줄여 웰빙을 강조한 신제품을 속속 내놓고 있다. 농심은 지난해 8월 출시 28년 만에 맛과 포장을 개선한 ‘신라면’을 새로 선보인 데 이어 올 초에는 면발 굵기를 일반 라면(1.6㎜)의 갑절인 3.2㎜로 늘린 ‘우육탕면’을 출시했다. 팔도도 1990년 첫선을 보인 ‘왕뚜껑’의 면발을 두껍게 개선한 제품을 최근 내놓았다. 오뚜기는 ‘진라면’의 나트륨 함량을 줄였다.
한편 지난해 국내서 가장 많이 팔린 라면은 농심 ‘신라면’으로 나타났다. ‘짜파게티’와 ‘안성탕면’, ‘너구리’, ‘삼양라면’이 그 뒤를 이었다. 업계 순위에서는 농심이 시장 점유율 62.4%로 1위 자리를 지켰으며 오뚜기가 16.2%로 삼양식품(13.3%)을 2년 연속 앞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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