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상담을 해준 한 고객이 푸념하듯 말했다. “이 팀장은 자식 교육에 너무 치중하지 말아요. 자식 뒷바라지하고 결혼시키고 나서 보니 대출 낀 아파트밖에는 남은 게 없네요.” 50대 이상 고객들은 대부분 사정이 비슷하다. 부동산 외에는 안정적인 노후 자산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 하지만 부동산은 더이상 노후생활의 든든한 동반자가 되지 못한다. 은퇴에 대비해 자산의 배분 및 운용이 적절하게 이뤄지고 있는지 점검이 필요하다.
평균적으로 우리나라 가계 자산 중 약 75% 이상은 부동산 같은 비금융자산이 차지한다. 과거에는 아파트를 사두면 계속해서 가격이 올라갔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평범한 직장인의 월급으로 서울에 아파트를 장만하기란 쉽지 않다. 젊은 세대 사이에서는 내 집 마련보다는 부담 가능한 수준의 월세나 반전세가 현실적인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부동산에 대한 인식이 소유하는 것에서 이용하는 자산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이는 곧 주택수요 감소로 이어진다.
게다가 주택을 구매할 미래세대의 수는 줄고 기존 아파트를 매도할 은퇴자는 점점 늘어가는 것도 부동산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원인이 된다. 과거와 같은 부동산 가격의 상승은 더는 기대하기 힘들다. 우리나라 가계자산의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부동산이 가치가 떨어지거나, 자금이 필요할 때 쉽게 현금화할 수 없다면 어떻게 될까? 부동산은 오히려 노후를 어둡게 하는 짐이 될 수 있다.
은퇴를 앞두고 있다면 가계자산 가운데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을 줄이고 금융자산의 비중을 높이는 전략이 필요하다. 국민연금 같은 사회 안전망이 갖추어져 있지만 국민연금만으로는 은퇴자금을 충당하기에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은퇴 후부터 국민연금 개시 전에 수령할 수 있는 연금저축이나 퇴직연금을 미리 준비해야 한다. 월급이 나오지 않는 상황에서도 퇴직연금을 월급통장 삼아 안정적인 소득원을 마련해야 한다. 매달 일정 금액을 검증된 적립식펀드에 불입한다거나 꾸준히 매출이 늘고 있는 우량 기업의 주식을 매달 조금씩 사두는 것도 노후를 위한 안정적인 재테크가 될 수 있다.
그래도 집이 있으면 노후가 든든하지 않을까. 집을 담보로 역모기지론(주택연금)을 수령하는 방법도 있기는 하다. 하지만 주택연금 개시 시점에 담보가치가 떨어진다면 현재 예상하는 것보다 연금 수령액이 크게 낮아진다. 계획과 다르게 빠듯한 노후를 보내야 하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는 것이다. 여유로운 노후를 위해서는 좀 더 장기적인 시각으로 금융자산 비중을 높이는 전략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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