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이 최근 재무구조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자회사인 한진에너지가 가지고 있던 에쓰오일 지분 2조 원어치를 모두 매각한 데 이어 노후 항공기 44대를 2017년까지 팔아서 1조 원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죠. 또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50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하기로 결정하면서 현금 확보에 안간힘을 쏟고 있습니다.
지난해 3분기(7∼9월) 기준 대한항공의 부채는 20조7521억 원으로, 자본 대비 부채비율이 809%에 이릅니다. 또 1년 안에 만기가 돌아오는 차입금이 4조8000억 원으로 현금 확보가 시급한 상황이죠.
2011년 전까지만 해도 대한항공의 부채비율은 409% 수준이었습니다. 그런데 2011년이 되자 부채비율이 갑자기 825%까지 올라간 겁니다. 왜 갑자기 빚이 많아진 걸까요? 바로 ‘마일리지’ 빚 때문입니다. 국내에 국제회계기준(IFRS)이 도입되며 회계 방식이 바뀐 겁니다.
IFRS 도입으로 항공사 마일리지가 고객에게 갚아야 할 부채로 처리되면서, 대한항공의 부채는 회계상으로 1조 원이 늘고 자본은 7800억 원이 줄었습니다. 또 임차기(빌려 쓰는 비행기)에 대한 미래 정비 비용도 부채로 처리하면서 부채가 또 1000억 원이 늘게 됐죠. 이런 식으로 전체 부채가 1조1000억 원이 늘고 자본은 8900억 원이 줄면서 부채비율이 274%포인트 늘어난 겁니다.
여기에 과거 항공기 수명을 20년으로 계산했다가 15년으로 낮춰 잡으면서 해마다 줄어드는 항공기의 가치(감가상각)가 크게 계산된 것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여기에 항공기 투자 등 ‘실제로’ 돈을 써서 발생한 부채비율 상승분 142%포인트가 합쳐지면서 부채비율이 갑자기 두 배가 된 거죠.
이에 대한항공은 “실질적으로 갚아야 하는 돈이 늘어나거나 재무구조가 나빠진 것은 아니다”라며 “차입금을 갚고 최근 유가 하락에 따라 원가 부담을 덜게 되면 올해 말 부채비율을 200%포인트 이상 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고객들이 마일리지를 자주 써야 (항공사의) 부채가 줄어들 텐데, 지금처럼 항공사가 마일리지 사용을 불편하게 만들어 둬서야 재무구조 개선 노력이 효과를 제대로 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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