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마켓 뷰]‘탈일본화’가 일본 추월의 지름길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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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인직·대우증권 동경지점장
조인직·대우증권 동경지점장
기준금리가 2.0%대인 한국에서는 “도대체 투자할 곳이 없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하지만 20년 이상 ‘저금리의 끝판왕’ 노릇을 한 일본에서 이미 2%대는 상상하기 어려운 초고금리다. 요즘 도쿄 채권시장에서 일본 국채 5년물은 ―0.005%에 거래된다. 10년물이 0.2% 정도다. 은행 금리로 바꿔 이야기하면 “겨우 5년으로 어떻게 이자를 줘요? 차비라도 원하시면 최소 10년은 거치하세요”라는 의미다.

한국의 가로수길에 비견되는 긴자(銀座)는 연초임에도 번화가라는 말이 무색하다. 백화점, 요식업장에 분명 사람은 많은데 휴대전화 벨이라도 울릴라치면 주위 사람들이 쳐다볼 정도로 고요하다. 가만히 살펴보면 고객 중 대부분이 조용히 혼자 쇼핑하러 나온 할머니 할아버지다. 초고령화사회 일본은 이미 65세 이상 인구가 26.1%(한국은 12.7%)다.

닛케이종합주가가 2년 새 70% 상승한 덕에 증권사 지점은 각종 ‘시장 세미나’에 한창이지만, 풍경은 딱 노인대학 교양강좌다. 전체 금융자산의 67%를 60대 이상, 75%를 50대 이상이 틀어쥐고 있는 까닭이다.

한국처럼 자녀가 출가할 때 한몫씩 자산을 떼 주는 전통도 없어 그야말로 ‘죽을 때 안고 가는’ 사례가 적지 않다. 최고세율 60%로 상속세를 떼기 때문에 일본 정부만 수혜자라는 분석도 있다.

최근 선진 경제권을 중심으로 ‘일본화(Japan-ification)’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저금리와 경기 침체, 인구구조 변화 등으로 인한 이른바 ‘전환형 복합불황’ 때문이다. 한국은 빠른 속도로 일본에 가까워지고 있다. 하지만 아직 금리가 2% 정도로 더 높고 돈을 벌 젊은 인구도 더 많다. 앞으로 4, 5년이 ‘탈(脫)일본화’의 골든타임이 될 것임은 분명하다.

일본에 비해 한국의 차별화된 장점은 ‘속도감 있는 구조개혁 가능성’이라고 한다. 반대로 아베노믹스가 아직까지 반신반의(半信半疑) 평가를 받는 이유는 세 번째 화살인 ‘구조개혁을 통한 성장전략 제고’에 대한 회의적인 시선 때문이다. 일본에서 ‘마지막 개혁은 메이지유신(1868년)’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사회 전체가 변화를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한국은 핀테크, 바이오, 재생에너지, 지식서비스업 등이 속도감 있게 확대 전개되도록 국가적 지혜를 모아야 한다.

‘탈일본화’는 본격적으로 일본을 앞서는 길이기도 하다. 지금의 잠재성장률(한국 3.5%, 일본 0.6%)만으로도 2018∼2020년경에는 양국 1인당 국내총생산(GDP) 수치가 역전될 것이라고 한다. 마침 올해 한일 국교수교 50주년을 맞아 경제주체 모두가 ‘탈일본화’의 원년으로 삼고 혁신에 매진한다면 역전의 속도와 규모가 훨씬 더 강력하게 진행되지 않을까.

조인직·대우증권 동경지점장
#탈일본화#추월#지름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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