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바이벌 키트. 위험한 산을 오르거나 재난이 잦은 지역을 방문하는 등 비상사태를 만날 가능성이 높을 때 만약의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약품이나 식량을 넣어 소지하는 주머니 또는 상자를 말한다. 우리 모두에게는 각자의 서바이벌 키트가 필요하다. 특히 직장생활의 제2막을 열어가야 할 35∼45세의 직장인에게 더욱 그렇다. 그중 하나가 ‘직업’이다.
25∼35세는 일하기 좋은 나이다. 이 시기에 창업해 이미 자기 주도적으로 일을 해나가는 사람도 있겠지만 통상적으로 ‘사원-대리-과장’을 하나씩 거쳐 간다. 단계마다 경력을 쌓으면서 웬만큼 주체적으로 일을 하기는 하지만 최종 책임까지는 지지 않아도 된다. 상대적으로 큰 부담을 갖지 않고 여러 직종 또는 아르바이트를 경험하거나 이색적인 일에 도전하면서 앞으로 어떤 일에 집중할 수 있을지 자유롭게 테스트할 수 있는 시기이기도 하다.
이 시기를 지나 35∼45세가 되면 상황이 달라진다. 가르치고 본을 보여야 할 후배들이 줄줄이 생겨나고 직접 책임져야 할 일이 늘어난다. 무엇보다 은퇴 이후를 본격적으로 준비해야 하는 때이기도 하다.
35∼45세를 어떻게 보냈느냐에 따라 이후 길이 엇갈리는데, 전 직장과 연결고리가 있는 직업을 찾아 계속할 수 있는 일을 확보하거나 취미나 흥미를 좇아 전 직장과는 전혀 다른 직업을 갖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이도저도 아니면 아무 직업 없이 나와 방황하거나 궁여지책으로 치킨집 등 생계형 창업에 나설 수도 있다.
‘쿨하게 생존하라’의 저자 김호는 말한다. “직장을 다닌다고 직업이 생기지는 않는다”고. 어딘가 출근하고 있다고 해서 그것이 자신의 ‘직업’이라고 착각해서는 안 된다. 직장을 다니며 정기적인 수입을 얻을 수 있는 동안 우리는 항상 ‘내 직업은 무엇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직업이 있다는 것은 직장을 떠났을 때도 뭔가 일을 계속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직장이 사라진 후 그제야 직업이 뭔가를 생각하려 한다면 이미 늦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