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고가 78만9800원짜리 최신 휴대전화인 아이폰6 16GB(기가바이트)를 ‘공짜’로 공급하려던 ‘소비자 프로젝트’가 최근 무산됐다. 방송통신위원회가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을 위반하는 것이라며 엄포를 놨기 때문이다. 프로젝트를 추진한 소비자단체는 “가계 통신비 절감을 위한 소비자들의 몸부림을 정부가 외면한 것”이라고 반발했다. 아이로니컬한 점은 소비자들의 움직임이나 방통위가 이를 저지한 근거가 된 단통법 모두 ‘가계 통신비 절감’이 목표라는 것이다.
○ 아이폰6 대란에 ‘분노’한 소비자
주로 인천지역 시민단체 활동가들이 중심인 전국통신소비자협동조합은 지난해 12월 9일 “조합이 판매점(대리점)처럼 직접 단말기 유통에 참여하면 아이폰6 16GB를 ‘공짜폰’으로 만들 수 있다”면서 ‘공짜 아이폰6 만들기 프로젝트’ 추진을 선언했다.
당시 통신시장은 지난해 11월 초에 벌어진 ‘아이폰6 대란’으로 한바탕 홍역을 치른 상태였다. 휴대전화기 구입 시 보조금 차별 지급을 금지한 단통법이 시행 중이었지만 시장의 불법 보조금을 막지는 못한 것이다. 이 때문에 일부 소비자는 공시지원금(보조금)을 받아도 50만∼70만 원은 줘야 하는 아이폰6를 10만 원에 구입한 경우도 있었다. 차별을 받았다고 느낀 소비자의 불만은 고조됐고 일부에서는 단통법 무용론까지 제기됐다. 이동통신 3사가 판매점에 과도하게 지급한 판매장려금(리베이트)이 대란의 원인이다. 이전 리베이트는 보통 가입자당 20만∼30만 원 수준인 데 비해 당시에는 최대 70만 원까지 리베이트가 전달됐다.
○ 공짜 휴대전화 만들기 프로젝트
그런데 만약 조합이 휴대전화 판매점 역할을 하고, 통신사로부터 받은 리베이트를 모두 조합원(소비자)에게 돌려주면 어떻게 될까.
조합은 지난해 12월 13일 리베이트를 조합원에게 돌려주는 행위가 단통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불법보조금에 해당하는지 변호사에게 자문했다. 이 변호사는 “단통법에서는 모든 보조금이 똑같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협동조합은 ‘협동조합 기본법’에 따라 조합원의 복리증진 활동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예외로 해석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공짜 아이폰6 만들기 프로젝트’에 속도가 붙었다. 조합은 지난해 12월 하순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KAIT)로부터 휴대전화 판매 자격인 ‘이동통신서비스판매점 사전승낙서’를 받았다. 조합 홈페이지를 통해 프로젝트 소식이 전해지며 2000여 명이 조합 가입 신청을 했다. 10여 년 전 만들어진 이 조합의 조합원은 이전까지 1000명 수준이었다.
조합은 구체적 실행 계획도 공개했다. 조합원이 5만 원대 요금제를 사용할 경우 평균 20만 원 정도의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새 휴대전화를 18개월 뒤에 반납하는 조건(중고폰 선보상제)으로 최대 34만 원까지 보상받는다. 여기에 통신사가 조합에 주는 리베이트를 그대로 소비자에게 전달하면 25만∼40만 원을 받는다. 이렇게 되면 출고가 78만9800원짜리 아이폰6 16GB가 공짜가 된다는 것이다.
○ 방통위 “단통법 정면으로 위배”
일사천리로 진행되던 프로젝트는 방통위가 나서면서 무산됐다. 방통위는 지난달 중순 인천에 있는 조합 사무실에 이례적으로 담당 직원을 직접 보냈다. 조합의 계획이 단통법을 위반하고 있다는 사실을 경고하기 위해서다.
방통위 관계자는 “조합을 통해 휴대전화를 구입하는 조합원은 소비자”라면서 “이 소비자에게 공시지원금 외에 다른 보조금이 지급된다면 명백한 불법”이라고 설명했다. 처벌 의사를 분명히 밝힌 것이다. 방통위는 최근 중고폰 선보상제에 대해서도 소비자를 차별하는 불법 소지가 있다며 조사에 착수한 상태다. 단통법을 앞세운 방통위의 전방위적 압박이 있은 후에 조합 홈페이지에서는 ‘공짜 아이폰’이라는 문구가 사라졌다. 자문 변호사가 합법이라고 해석했지만 조합은 사실상 공짜폰 프로젝트를 중단했다. 조합 관계자들은 여전히 다른 방식을 고민 중이지만 쉽지 않아 보인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