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동구에 사는 자영업자 김모 씨(44)는 최근 서울 노원구 월계동에서 분양 중인 ‘꿈의숲 SK뷰’ 전용면적 84m²를 4억9400만 원에 계약했다. 여윳돈을 투자해 임대수입을 올릴 부동산을 찾다가 서울 강북권 아파트를 투자 대상으로 결정했다. 김 씨는 “한때 지방 부동산 투자 붐이 일었지만 그래도 투자는 역시 서울”이라며 “강남보다 저렴하면서 주변에 대학들이 많아 월세를 받기 좋은 환경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3일 SK건설에 따르면 내년 1월 입주하는 꿈의숲 SK뷰 계약자 중 수도권에 살지 않는 지방 계약자 비율은 약 30%에 이른다.
월세시대를 맞아 서울 투자 붐이 일고 있다. 월세 수요가 상대적으로 많은 서울에 투자하려는 지방 투자자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특히 진입 문턱이 상대적으로 낮은 서울 강북지역 전용면적 85m² 이하 중소형 아파트가 ‘상경(上京) 투자’의 새로운 대상이 되고 있다.
지방 투자자들은 그동안 서울에 투자할 때 단기 시세차익을 노리고 강남 재건축 단지나 신도시 분양시장 등을 투자 대상으로 삼았다. 하지만 월세시대가 도래하면서 전형적인 ‘실수요자 시장’인 강북권 아파트가 새로 떠오르고 있다. 강북지역에서 월세 전환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중소형은 중대형보다 매달 내야 하는 월세 부담이 작아 월세 전환이 상대적으로 쉽다”며 “강북권에 싸고 작은 아파트가 많다 보니 월세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어 새로운 수익형 부동산으로 주목받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서울 종로구 돈의문1구역에 짓는 ‘경희궁자이’도 지방 투자자가 계약자의 약 5%로 집계된다. GS건설 관계자는 “경희궁자이는 일반 분양만 1000채를 넘는 대단지라 계약 건수로 따지면 수십 건이 되는 셈”이라며 “지방에서 계약 문의가 많이 온다”고 말했다.
지방 투자자들은 도심 출퇴근 수요가 많은 지역에 어김없이 찾아들고 있다. 서울 영등포구 당산4구역에 짓는 ‘당산역 롯데캐슬 프레스티지’는 계약자 가운데 약 6%가 지방 거주자다.
강북의 월세 전환 흐름은 서울 강북구 미아뉴타운의 대표 단지로 꼽히는 ‘래미안 트리베라 1차’(1247채)를 보면 알 수 있다. 입주 뒤 첫 임대차 계약 시점인 2012년 월세가 전체 임대차 거래 246건 중 41건(16.7%)이었지만 계약 갱신 시기인 지난해에는 1∼11월만 봐도 25.9%로 10%포인트가량 늘었다. 매달 100만 원 이상 내는 고액 월세도 23건으로 월세 거래의 절반에 육박했다.
이 아파트 전용면적 59m²를 3억5000만 원에 사서 보증금 3000만 원에 월세 100만 원을 받으면 연간 임대소득이 1200만 원이다. 지난해 12월 은행권 1년 만기 정기예금 평균 금리(연 2.16%)를 감안할 때 3억5000만 원을 은행에 맡기면 연간 이자소득은 756만 원이다. 은행에 묶어두는 것보다 부동산 투자를 하는 편이 훨씬 이득이다. 인근 OK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요즘 맞벌이 부부는 목돈이 없는 대신에 현금 흐름이 좋다 보니 100만 원 이상 고액 월세도 많이 찾는다”며 “부동산 투자자들이 이런 월세수입을 노리고 투자할 만한 곳이 있는지 문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전세를 월세로 전환할 때 집주인이 벌어들이는 수익률(세입자 입장에서는 부담해야 할 이자율)을 뜻하는 ‘전·월세 전환율’도 강북권이 강남권보다 높다. 지방 투자자가 공실 걱정이 있는 강남권 오피스텔보다 강북 중소형 아파트에 투자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최근 3, 4년간 호황이었던 지방 부동산 시장이 조정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도 지방 투자자들의 상경에 영향을 미쳤다. 꿈의숲 SK뷰 지방 계약자 10명 중 6명은 최근 몇 년간 분양 열기가 뜨거웠던 대구 거주자다. 장우현 대림산업 ‘아크로타워 스퀘어’ 분양소장은 “부동산 투자로 이익을 본 지방 투자자들이 그 학습효과로 서울까지 올라오며 지방 계약자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박상언 유앤알컨설팅 대표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수도권이 침체됐을 때 수도권 투자자가 지방으로 원정을 갔다면 이번에는 완전히 역전된 상황”이라며 “지방이 오를 만큼 올라 투자할 곳이 마땅하지 않자 지방 투자자들이 수도권에서 저평가된 지역의 아파트를 찾고 있고 이런 흐름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 전·월세 전환율 ::
전세에서 월세로 전환한 세입자의 실제 부담이 얼마나 늘어나는지 연 이자 개념으로 나타낸 비율. 전세보증금에서 월세보증금을 뺀 금액으로 연간 월세 총액을 나눠서 계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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