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싸지면 외국 안가요”…골프 활성화, 경기회복 청신호 켤까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2월 5일 16시 58분


코멘트
서울 송파구에서 인테리어 사업을 하고 있는 A 씨(58)는 최근 업계 동료들과 태국으로 골프 여행을 다녀왔다. 몇 년째 이 모임의 총무를 맡고 있는 그는 “5박 7일 동안 1인당 190만 원이 들었는데 비용이 해마다 늘고 있다”며 “국내에서 골프를 싸게 칠 수 있다면 굳이 해외에 나갈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골프 활성화 방안의 핵심 가운데 하나는 골프 관련 비용을 낮춰 해외로 향하는 골퍼들의 발걸음을 국내로 되돌리는 데 있다. 이렇게만 되면 위기를 맞고 있는 국내 골프 산업이 내수 경기 회복의 효자 노릇을 할 수 있다.

한국골프장경영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해외 골프 관광객은 200만 명에 이르렀으며 지출액도 4조 원에 육박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국내 골프장의 연간 매출액이 3조5000억 원인 것을 감안할 때 골프 관광수지 적자는 심각한 수준이다. 해외로 골프를 치러가는 이유를 묻는 한국레저산업연구소의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34.9%가 관광 업무라고 답했으며, 31.8%는 저렴한 이용료를 꼽았다. 조사를 주도한 서천범 연구소장은 “주위 시선을 의식해 실제와 달리 관광 업무로 답한 응답자가 많았던 것으로 파악된다. 국내의 비싼 비용이 해외 골프 여행 사유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고 보면 된다”고 했다.

골퍼들 사이에는 국내 골프장의 그린피 뿐 아니라 8만~10만 원인 카트비, 12만 원 내외인 캐디피 등도 낮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시중보다 3~10배 비싼 식음료 값과 단체 행사 시상품으로 사용되는 프로샵의 선물 가격도 시중 보다 5배 이상 높다. 고비용 구조를 깨뜨리는 데는 골프장에 대한 차별적 징벌적 중과세도 손 볼 여지가 많다. 윤원중 한국골프장경영협회 사무국장은 “법률에 의해 강제적으로 골프장이 20% 이상 보유하도록 돼 있는 원형보존지에 대해 투기용 및 사치성 재산에 부과되는 종합합산 과세를 하는 것은 시급히 개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준서 한양대 교수(스포츠산업 전공)는 “비용 절감이 최근 일기 시작한 골프 대중화에 가속도를 붙게 할 수 있다. 정책 변화도 선행돼야 한다. 그래야 골프 관련 고용 창출, 해외 골프 관광객 유치, 용품 및 의류 시장 확대 등을 기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