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명품 비켜! 면세점선 내가 왕”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2월 6일 03시 00분


후-설화수 등 국산화장품 약진… 매출서 루이뷔통 5위로 밀어내
MCM은 샤넬-카르티에 제쳐

해외 유명 브랜드가 주로 독식하던 국내 면세점에서 토종 브랜드의 약진이 두드러지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올해 1월 롯데면세점(전 점포 기준)에서 가장 많이 팔린 제품 5개 중 4개가 국산 브랜드인 것으로 나타났다. 1위는 LG생활건강의 ‘후’였고 이어 아모레퍼시픽의 ‘설화수’, KT&G, 아모레퍼시픽의 ‘헤라’, 루이뷔통 순이었다.

○ 롯데면세점 매출 1∼4위 모두 토종

신라면세점의 국산 브랜드 비중도 매년 높아지고 있다. 2012년 17%에 불과하던 이 면세점의 국산 매출 비중은 지난달 두 배 이상인 40%로 뛰어올랐다. 총 매출 10위 안에 든 국산 제품 수는 2013년 ‘설화수’와 ‘후’ 2개에서 지난달 4개로 늘었다. 모두 국산 화장품 브랜드였다.

오랫동안 국내 면세점 매출 1위는 루이뷔통이었다. 2013년 인천국제공항 면세점의 총 매출 1조9000억 원 가운데 루이뷔통은 848억 원, SK2는 647억 원의 매출을 거뒀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루이뷔통을 비롯한 수입 브랜드가 면세점을 먹여 살린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하지만 화장품과 패션, 식품 등 다양한 분야에서 ‘메이드 인 코리아’를 선호하는 중국인 관광객이 늘며 해외 브랜드들이 대책을 세울 정도로 분위기가 역전됐다.

특히 LG생활건강의 화장품 브랜드 ‘후’는 지난해 국산 브랜드로는 처음으로 서울 시내 면세점에서 종합 매출 1위를 했다. 부동의 1위이던 루이뷔통을 제쳤다는 점에서 일종의 큰 사건이었다. 2003년 출시된 후는 ‘왕과 왕후’라는 궁중 이미지를 제품 디자인과 마케팅에 녹여 화려한 걸 좋아하는 중국인 소비자를 사로잡았다. 지난해 한국을 방문한 시진핑 중국 주석의 부인 펑리위안 여사가 후 브랜드 제품을 쓰는 게 알려지며 중국인 관광객 사이에서 필수 구매 품목으로 자리 잡았다. 면세점에서 선전하면서 후는 지난해 중국(143%), 대만(26%), 홍콩(257%) 등 중국권에서도 높은 성장률을 이어가고 있다.

○ 패션, 밥솥, 분유까지 국산품 인기


화장품뿐만 아니라 패션잡화, 밥솥, 분유 등 다양한 품목의 국산 제품이 외국산의 매출을 뛰어넘고 있다. ‘스타일난다’ ‘메디힐’ ‘육심원’ 등 중소기업 브랜드 제품들이 국내 면세점에 입점해 중국인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패션잡화 브랜드 MCM은 지난달 면세점 내 잡화 및 주얼리 부문 매출에서 루이뷔통에 이어 처음 2위로 뛰어올랐다. 지난해에는 3위였던 샤넬을 제치더니 지난달엔 기존의 2위 카르티에마저 제친 것이다. 국내 면세점에서 MCM은 최근 3년간 연평균 100%의 매출 증가율을 이어가고 있다. MCM 관계자는 “5년 전만 해도 내국인 위주였던 내수시장이 최근 들어 중국인 관광객 위주로 재편되면서 브랜드의 매출 성패에 영향을 끼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해외명품#면세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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