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를 앞둔 직장인 조일호 씨(56)는 최근 500만 원짜리 자전거를 샀다. 은퇴 후 무기력해질 것을 대비해 시작한 취미활동에 재미를 느끼면서 고급 장비까지 갖추기 시작한 것. 직장인 민기호 씨(57)는 장성한 두 딸이 결혼과 유학으로 집을 떠나자 몇 달 전부터 기타를 배우고 있다. 교회에서 기타 반주도 시작했다. 민 씨는 “밴드를 결성해 공연을 하는 것이 최종 목표”라고 말했다.
여가생활에 아낌없이 투자하는 ‘5070(50∼70대) 남성’이 늘고 있다. 퇴직 전후로 늘어난 여가시간에 미술이나 사진 촬영, 악기 연주 등을 즐기기 위해 지갑을 여는 중장년 남성이 해마다 느는 추세다. 이들은 그동안 바빠서 하지 못했던 취미활동을 시작하면서 “잊고 지냈던 나를 찾게 됐다”고 말한다.
최근 ‘5070 남성’들에게 가장 인기가 좋은 취미활동은 미술이다. 5일 오픈마켓 G마켓에 따르면 지난해 50세 이상 남성의 미술용품 카테고리 매출은 전년과 비교해 92% 증가했다. 2012년과 비교하면 2년 새 292%나 크게 늘었다.
수백만 원씩 척척 쓰는 ‘큰손’ 중년 남성도 늘었다. 지난해 G마켓에서 70만∼200만 원 상당의 디지털일안반사식(DSLR) 카메라를 구입한 50대 이상 남성은 전년에 비해 58% 증가했고, 장비를 다 갖추려면 200만∼300만 원이 드는 스킨스쿠버 다이빙 장비를 구매한 이들도 63% 늘었다.
5070세대의 경제력은 손주들에게까지 미친다. 경제적 여유가 있고(Financial), 육아를 즐기며(Enjoy), 활동적이고(Energetic), 헌신적인(Devoted) 50∼70대를 뜻하는 ‘피딩(Feeding)족’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지난해 롯데백화점에서 아동·유아 상품을 100만 원 이상 구매한 50∼70대 고객은 1만여 명으로 이들은 연간 아동·유아 상품에 180만∼200만 원을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준상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경제발전의 이익을 누려 온 베이비붐 세대가 포함된 현재의 중장년층은 높은 경제력을 바탕으로 자신이 원하는 소비를 당연시한다”며 “향후 10∼20년까지도 중요한 ‘소비의 축’으로 자리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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