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터쇼’ 하면 무엇이 떠오르나요. 신차? 콘셉트카? ‘S라인’ 몸매를 가진 레이싱 모델?
어쩌면 4월 3∼12일 경기 고양시 한류월드로 킨텍스에서 열리는 ‘2015 서울모터쇼’에선 아찔한 의상을 입은 레이싱 모델을 보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서울모터쇼조직위원회가 이달 초 참가 예정 업체들에 공문을 보내 “전시 차량이 주 관심 대상이 되도록, 가족이 거부감 없이 관람할 수 있도록 도우미의 과도한 노출을 자제해 달라. 자동차의 예술성과 어울리는 복장을 착용해 달라”고 요청했기 때문입니다. 대다수 업체가 수긍하지만 업계 일각에선 “업체 자율 아니냐”는 불만도 나옵니다.
사실 ‘제네바 모터쇼’ ‘북미 국제 오토쇼’ 등 세계 주요 모터쇼에선 모델이 별로 없을뿐더러 모델이 있더라도 긴 드레스나 정장을 착용합니다. 모터쇼에서 차보다 모델이 주목받는 ‘주객전도(主客顚倒)’를 막기 위해서입니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올해 1월 미국 미시간 주 디트로이트에서 열린 북미 국제 오토쇼에선 일당을 1000달러(약 109만 원)씩 받는 미모의 여성들이 등장했습니다. WSJ는 “‘부스 베이브(booth babe·레이싱 모델)’가 아닌 ‘제품 전문가’”라며 “관객들에게 자동차를 설명해주는 역할을 했다”고 보도했습니다.
4월 22∼29일 열리는 ‘2015 상하이(上海) 모터쇼’ 주최 측은 자동차를 부각하고, 압사 같은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레이싱 모델이나 연예인을 등장시키지 않기로 했습니다. 국내에선 지난해 ‘2014 부산모터쇼’에서 세월호 참사를 애도하기 위해 레이싱 모델들이 단정한 복장을 착용한 적이 있었습니다.
모터쇼는 자동차 행사의 꽃이자 대표적인 마이스(MICE·기업회의, 포상관광, 컨벤션, 전시박람회) 산업 행사입니다. 일각에선 레이싱 모델이 끌어들이는 유료관객 비율이 30%에 이르는 만큼 모델이 꼭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다만 모터쇼의 주인공은 ‘노출 수위’가 아닌 ‘자동차’가 돼야 합니다. 세계 5위 자동차 생산국인 한국에서 열리는 서울모터쇼에서도 자동차가 주인공이 되길 응원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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