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바우텍, “불황 무섭잖다” 신기술로 중무장, 위기를 기회로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2월 12일 03시 00분


유럽풍 고기능 시스템 창호 공급… 창호시장 강소기업으로 꾸준히 성장

경기도 화성에 위치한 ㈜바우텍 사옥사진.
경기도 화성에 위치한 ㈜바우텍 사옥사진.
백기한 대표
백기한 대표
소비가 실종되니 생산이 줄고 매출도 추락했다. 불황이 깊어지면서 기업 실적이 급속히 악화되고 있다. 지금 한국의 300만 중소기업은 폭풍 전야의 휘몰아치는 거센 바람 앞에 맨몸으로 서 있다. 저성장 국면에서 고용과 기술, 자금 압박 등 다방면의 위기가 엄습했기 때문이다. 사상 초유의 불황기에 오히려 더 높이 평가받는 기업들도 있다. 경기 흐름과 무관한 경쟁력을 갖춘 기업, 위기를 오히려 기회로 삼는 기업들이다. 차별화를 가지고 시장에서 성공한, 큰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는 강소기업이다.

결로 줄이고, 에너지효율 높이고… 시스템창호 ‘엘리브’

경기 화성 팔탄면에 있는 ㈜바우텍(대표 백기한·www.greenbautek.com)은 창호업계에서 ‘강소기업’으로 통한다. 직원 수 35명에 불과한 전형적인 제조 기업이지만, 속살을 들춰보면 소리 없이 강하다. 회사 내실도 탄탄하고 경영 실적도 준수하다.

유럽풍 고기능 시스템창호를 공급하는 이 회사는 바로 앞에 보이는 이익만 추구하지 않았기 때문에 건설경기 침체와 수주경쟁 심화에도 불구하고 2003년 창업해 지금까지 꾸준하게 성장세를 달리고 있다. 세계 무대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는 기업을 배출한 비결은 역시 ‘기술’이다. 혁신적인 기술이 있으니까 규모는 작더라도 틈새시장을 휘어잡는다.

바우텍은 ‘삶을 더 풍요롭고 가치있게’라는 기업가 정신을 가지고 장기간 창호기술에 투자했다. 기술개발에 인색한 다른 기업과 달리 거시적으로 큰 그림을 그리면서 투자를 하고 시장을 개척했다. 매년 매출액의 5% 이상을 연구개발비에 재투자하는 이유도 남들보다 앞선 기술력으로 시장을 제패하기 위함이다. 이 회사는 창호시장에서 실력 있는 메이커이자 고급 브랜드로 인식되고 있다. 경기벤처기업협회가 주관하는 ‘2012 경기우수벤처기업’, 경기도 중기청이 주관하는 ‘2012 경기도 유망 중소기업’에 선정되며 기술력, 디자인 모두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현재 주거복지 구현을 위해 국토교통부가 주관하는 생활밀착형 공동주택 성능 향상 기술개발 국책과제를 수행 중이다.

환기형 루버도어
환기형 루버도어
2012년 4월 ‘엘리브(ELIV)’라는 브랜드를 내놓은 바우텍의 주력제품은 디자인과 기능성을 향상시킨 폴리염화비닐수지(PVC) 소재의 시스템 루버와 단열차음도어다.

루버란 얇은 PVC 날개를 수평으로 배열해 만든 것으로 아파트나 주상복합빌딩의 실외기실 등에서 채광, 일조 조정, 통풍, 환기 등의 목적으로 많이 사용된다. 국내시장에서는 낙하 위험과 미관 문제로 아파트의 실외기를 실내에 설치해야 한다는 법령이 발효된 2006년부터 실외기 가동 시 환기 목적으로 주로 설치되고 있다.

최근에는 다양한 소재와 색상의 루버가 등장하고 있어 블라인드나 커튼처럼 실내 인테리어에 포인트를 줄 수 있는 인테리어 자재로도 많이 사용되고 있는 추세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제품은 알루미늄 방식이어서 단열성능이 떨어져 겨울철 루버 날개를 완전히 닫아 놓음에도 불구하고 실내에 결로 발생, 난방에너지 증가라는 한계를 보여 왔다.

차음·단열을 동시에… “국내는 좁다, 이젠 세계로”

바우텍은 기존 알루미늄 루버의 약점을 확실히 극복했다. 재질을 PVC로 과감히 바꾸고 날개에 여러 개의 격실을 두어 단열 성능을 대폭 높였다. 이로 인해 겨울철의 난방 에너지를 절감하는 데 한몫한다. 거기에 여름철에는 차양 기능으로 냉방에너지를 줄여주는, 한마디로 ‘에너지 세이빙(절약)’ 제품이다.

바우텍이 생산하는 강화플라스틱(u-PVC) 재질의 시스템 루버는 계절이나 환경의 변화에 따라 햇빛과 바람, 비 등을 효과적으로 조절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비행기 날개와 비슷한 유선형 날개 구조로 환기 효율을 높였고 빗물과 공기를 효과적으로 차단하는 기밀성, 그리고 바람이 센 지역에서도 견딜 수 있는 견고한 고정구조를 갖고 있다. 에어컨 작동 감지 후 자동으로 개폐가 되도록 설계된 것도 특징이다. 특히 기존 알루미늄 루버의 주요 문제점인 단열 저하로 인한 결로 현상과 곰팡이를 사전에 차단할 수 있도록 개발됐다.

또 다른 간판제품인 ‘단열차음도어’는 말 그대로 단열과 차음 및 밀폐성능을 한 단계 높인 실외기실 전용 도어다. 대림산업 자체 연구소의 결로 방지 시험을 통과했고, 삼성물산 주택성능연구소 시험에서도 우수한 차음성적을 획득하면서 부산 장전지구 삼성 래미안 실외기실 도어로 채택됐다. 단열차음도어는 삼성물산과 공동특허 출원을 마친 상태다.

기존 제품의 단점을 보완·개선해온 바우텍은 독일의 히든챔피언처럼 내수시장의 한계를 딛고 수출을 통해 해외로 뻗어나가고 있다.

국내 특허와 미국 특허를 획득한 PVC 시스템루버는 인도와 베트남에도 특허를 출원해 막바지 등록 단계에 있다. 2013년에는 인도네시아에 대리점을 개설했고, 지난해에는 인도시장에도 진출했다. 바우텍은 해외시장 공략에 더욱 속도를 높일 계획이다. 이를 위해 작년에 이어 올해도 미국과 인도네시아, 태국, 말레이시아 등 8곳의 해외전시회에 참가할 계획이다.

최근 바우텍은 국내 창호시장의 판도를 바꿀 중대한 결정을 내렸다. 이르면 올해 말에서 내년 초에 화성에 공장을 확장 이전해 대규모 상업화 생산체제를 갖출 계획이다. 대다수 국내 제조업체들이 인건비와 운영비 때문에 중국, 동남아 등 해외로 이전할 때 국내에서 현대적인 공장을 갖추고 고품질로 승부하겠다는 결단을 내린 것이다. 특히 조만간 추가로 2종의 획기적인 신제품도 내놓을 예정이다.

직원 배려하니 회사가 쑥쑥… 노사공영 기업문화

“살아남고 성장하자.” 수장(首長)의 철학은 단호했다.

백 대표는 “생존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늘 고민하고 실천에 옮긴다”고 했다. 그는 2015년 회사의 슬로건을 ‘끊임없는 변화와 내실 있는 지속성장’으로 설정했다. 13년의 업력이지만 앞으로 20년, 30년을 부침 없이 성장하는 장수 기업으로 성장해 나가겠다는 포부다. 바우텍이 경쟁 기업들에 비해 선전하고 있는 데는 구성원들의 만족에 가치를 두는 백 대표의 공동운명체 노사문화가 깔려 있다.

바우텍 사옥에는 항상 4개의 깃발이 꽂혀있다. 태극기와 안전교육기, 회사기, 나머지 하나는 외국인 근로자 국가의 국기다. 이 국기는 한 달에 한 번씩 번갈아가며 걸고 있는데, 외국인 근로자가 자긍심과 책임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한 배려다. 내국인 직원들뿐 아니라 외국인까지 모든 직원을 동등하게 배려하는 백 대표의 경영철학을 읽을 수 있다.

창립 이후 꾸준하게 가파른 성장세를 보여 온 바우텍, 혁신적인 창호기술과 신뢰의 노사관계, 그리고 과감한 연구개발 투자가 불황에 강한 기업을 가능케 했다.

최윤호 기자 ukno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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