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동작구 상도동에서 전세를 살던 직장인 박모 씨(35)는 지난달 이 지역의 전용면적 66m² 아파트를 3억 원에 샀다. 박 씨는 2년 전 2억 원에 전세로 신혼생활을 시작했지만 계약기간이 끝나자 집주인이 월세로 돌리겠다고 했다. 박 씨는 “전세금이 2억6000만 원까지 올랐고, 전세로 나온 매물도 거의 없어서 대출을 좀 더 받더라도 집을 사는 게 맘 편하겠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전세금 고공행진이 지속되면서 내 집 마련에 나서는 세입자가 늘고 있다. 이 덕분인지 1월 주택 매매 거래량은 관련 통계가 집계된 2006년 이후 1월 거래량 중 가장 많았다.
11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1월 주택 매매 거래량은 7만9320건으로 지난해 1월(5만9170)보다 34.1% 늘었다. 이는 주택 시장 활황기였던 2007년 거래량(7만8794건)보다 많은 것이다. 지역별로는 수도권(32.5%)과 지방(35.3%) 모두 지난해 1월보다 증가세가 뚜렷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지난해 9·1부동산대책 이후 주택시장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지속되고 있고 전세 수요의 매매 전환도 꾸준히 이뤄지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업계는 전세난이 심화하면서 대출을 더 내서라도 내 집을 마련하겠다는 수요자가 늘어났기 때문으로 해석했다. 실제로 전세난이 극심한 서울의 경우 저가, 소형 아파트가 집중된 강북 지역을 중심으로 주택 거래량이 늘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강서구는 1월 아파트 매매 거래량이 지난해 1월보다 77.2% 늘었지만 강남구는 같은 기간 오히려 10.8% 줄었다. 지난해 1월 대비 25개 자치구의 아파트 거래량 증가율을 보면 재건축 이주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강동구(54.5%)를 제외하면 강서구에 이어 도봉구(63.1%), 구로구(55.1%), 관악구(52.1%), 강북구(36.8%), 노원구(30.6%)에서 거래량이 크게 늘었다. 이에 비해 강남구와 송파구(1.6%), 서초구(―4.2%) 등은 지난해 1월 대비 줄거나 비슷했다.
다세대주택이나 연립주택(빌라)의 매매 거래량이 급증한 것도 전세난이 갈수록 심해지는 데 따른 현상으로 해석할 수 있다.
국토부에 따르면 1월 수도권에서 다세대·연립주택 매매 거래 건수는 7462건으로 지난해 1월보다 41.5% 늘었다. 이는 같은 기간 아파트 거래 증가율(29.4%)보다 크게 높은 수치다. 국토부 관계자는 “아파트 전세금이 너무 오르자 다세대·연립주택 전세로 눈을 돌린 수요자가 많아졌다”며 “다세대·연립주택은 전세금과 매매가격 차이가 크지 않기 때문에 전세 수요자들이 아예 매매로 돌아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 ‘부동산 3법’이 통과된 후 거래량과 매매가격의 동반 상승을 이끈 서울 강남권은 최근 들어 거래가 다소 움츠러들었다. 이 때문에 본격적으로 부동산시장이 회복되려면 멀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임병철 부동산114 책임연구원은 “부동산 경기 호황기에는 거래량이 늘면 매매가격이 오르고 추격 매수세가 붙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며 “1월 거래량 증가가 반짝 효과에 그치진 않을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이날 ‘2014년 4분기(10∼12월) 부동산시장 동향분석’을 내놓고 지난해 4분기 전국의 아파트 매매가 대비 전세금 비율이 70%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앞으로도 전세금이 더 오를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KDI는 “부동산시장에서 전세금 비율이 높아진다는 것은 그만큼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가 낮아지고 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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