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그룹, 구조조정 본격화
두산인프라코어 희망퇴직 실시… CEO도 9년만에 기술통으로 교체
핵심계열사 재무개선 외부 컨설팅
두산인프라코어가 최근 ‘기술통’ 손동연 사장을 최고경영자(CEO)로 임명하면서 두산그룹이 체질 개선을 위한 구조조정을 본격화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두산그룹은 최근 주요 계열사에서 희망퇴직을 실시하고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외부 컨설팅을 하는 등 위기 극복을 위해 노력 중이다. 두산은 지난해 매출 20조4682억 원, 영업이익 1조81억 원을 기록해 2013년 대비 각각 5.3%, 11.2% 감소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지난달 말부터 이달 말까지 국내 사무직 전체(3200명)를 대상으로 희망퇴직도 받고 있는 데다 9년 만에 CEO까지 바뀌자 내부 분위기가 뒤숭숭하다. 하지만 두산 관계자는 “회사 몸집을 줄이고 기술경쟁력을 강화하는 차원의 구조조정이라는 점은 직원들이 공감하고 있다”고 전했다.
두산인프라코어가 구조조정을 시작한 건 2011년 이후 외형이 줄어들고 있어서다. 2011년 8조4631억 원을 기록했던 매출은 지난해 7조6886억 원까지 떨어졌다. 2006년 중국 굴착기 시장 점유율은 18.9%로 1위였지만 지난해에는 8.2%로 떨어졌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지난해 중국 장쑤 성 쑤저우 굴착기 생산공장 가동을 전면 중단하기도 했다.
두산그룹은 한 회계법인에 핵심 계열사인 두산엔진과 두산건설에 대한 재무 컨설팅도 맡긴 상태다. 두산엔진은 2011년 매출이 2조74억 원이었지만 지난해 8888억 원에 그쳤다. 2994억 원이던 영업이익은 적자전환(―396억 원)했다. 대우조선해양은 두산엔진 보유 지분 전량(8.06%) 매각을 추진 중이다. 두산건설의 지난해 당기순손실은 685억 원으로 4년 연속 적자다.
두산중공업은 이미 지난해 12월 52세 이상 사무직 직원 200여 명을 희망퇴직으로 내보냈다. 두산그룹 매출의 40% 가까이 차지하는 두산중공업은 지난해 매출이 7조3988억 원, 영업이익은 3247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3.4%, 36.9% 떨어졌다. 계속 적자를 내온 루마니아 현지 생산법인 두산IMGB도 매물로 내놓았다.
두산그룹의 칼바람 행보에 대한 안팎의 시각은 부정적이지만은 않다. 올해로 창립 119주년을 맞은 국내 최장수 기업에다 ‘변신의 고수’로 유명한 두산그룹이 키워온 위기 대응 능력을 믿는 것이다. 현재의 체질 개선 노력이 지금까지 추진해온 인수합병(M&A) 방향과 일관됐다는 시각도 있다. ‘기술력 확보’에 강조를 두는 전략이다.
두산그룹은 창업 100주년인 1996년을 기점으로 소비재 위주였던 사업 포트폴리오를 인프라 지원 사업(ISB) 위주로 바꿨다. 2001년 한국중공업(현 두산중공업)을 시작으로 2003년 고려산업개발(현 두산건설), 2005년 대우종합기계(현 두산인프라코어) 등을 인수하며 중공업 그룹으로 도약했다. 특히 시장 진입과 동시에 높은 위치를 선점할 수 있는 원천 기술을 확보하는 데 주력했다. △담수설비 △소형 건설장비 △연료전지 등의 기술을 갖고 있는 외국 회사를 잇달아 인수한 이유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주요 계열사가 재무구조 강화 및 구조조정을 통해 수익성 개선 기반을 마련하면 올해 실적 개선이 가시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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