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유소협회, 공정위에 석유공사 이례적 제소…이유는?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2월 12일 16시 58분


한국주유소협회가 12일 ‘알뜰주유소 사업이 공공기관의 우월적 지위를 남용한 불공정행위’라며 한국석유공사를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했다. 민간단체가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공정위에 제소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김문식 한국주유소협회장은 “석유공사의 불공정한 시장 개입으로 인해 주유소업계 전체가 고사하고 말 것이라는 절박한 심정에서 공정위에 제소를 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석유공사가 거의 ‘제로 마진’ 수준으로 알뜰주유소에 석유제품을 납품하다보니 알뜰주유소는 일반 주유소들보다 휘발유를 L당 50~70원 정도 싸게 받아갔다”며 “가격경쟁에서 도태된 일반 주유소들은 휴업이나 폐업으로 내몰리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알뜰주유소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기름값이 묘하다”는 발언을 한 뒤 2011년 4월 시작된 ‘석유가격정상화 정책’의 대표적인 사례다. 석유공사가 현대오일뱅크, 삼성토탈 등 정유사로부터 직접 기름을 대량 구매한 뒤 주유소에 공급하는 방식으로 기름값을 낮춘다는 시도였다. 당시 국제유가가 상승하자 물가를 안정시킨다는 취지였다. 이에 국내 알뜰주유소는 2011년 12월 1호점을 시작으로 지난해 7월 기준 1087개로 늘었다. 국내 전체 주유소의 9% 수준이다. 정부는 내년까지 알뜰주유소를 1300개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반면 국내 영업 중인 주유소는 2010년 1만3003개로 정점을 찍은 뒤 지난해 1만2475개로 줄었다. 지난 한해만 693개의 주유소가 휴·폐업했다.

이에 협회는 “석유사업자의 판매량과 가격을 보고받아 관리·감독하는 석유공사가 직접 시장에 진출하면서 기존 주유소와의 형평성 문제를 초래하고 있다”며 공사의 알뜰주유소 사업 철회를 요청해 왔다. 협회 관계자는 “석유공사에서는 알뜰주유소가 어느 정도 경쟁력을 갖추면 민간에 이양하겠다고 밝혔지만 이양 시점을 계속 미루고 있다”며 “국민의 세금으로 조성된 석유공사의 저장시설과 수송수단을 이용해 알뜰주유소와 이를 이용하는 일부 소비자에게만 혜택이 가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은 “면적이 약 990㎡인 주유소를 기준으로 하면 폐업비용은 토양정화비용이나 철거비용 등을 합해 총 1억5000만 원 정도 든다”며 “폐업 비용이 없어 휴업을 하는 주유소가 생겨나면서 악덕 업자가 이를 임차한 뒤 가짜 석유를 팔거나 탈세를 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석유공사 관계자는 “정부가 적법한 절차를 거쳐 추진하는 사업을 위탁받아 시행한 것”이라며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강유현기자 yhkang@donga.com
이상훈기자 janua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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