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출시가 임박한 삼성전자의 기어VR 개발을 진두지휘했던 오큘러스VR 맥스 코언 모바일 총책임자가 5일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오큘러스VR 한국사무실에서 기어VR를 써 보이고 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삼성전자와 미국의 가상현실(VR·Virtual reality) 기술 업체인 오큘러스VR의 합작품인 ‘기어VR’의 국내 출시가 임박했다. 기어VR의 국내 출시에 맞춰 이 기기의 개발을 진두지휘했던 맥스 코언 오큘러스VR 모바일 총책임자가 최근 방한했다. 5일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오큘러스VR 한국사무소에서 만난 코언 총책임자는 “올해 가상현실 기기의 수요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스마트폰 화면 속의 가상현실로 들어가 시공간적인 체험을 가능하게 하는 기어VR는 출시 전부터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전에는 체험할 수 없었던 제3의 경험’을 가능하게 한다는 것이다.
지난해 12월 경북 구미의 경북창조경제혁신센터 출범식에서 박근혜 대통령도 기어VR를 이용해 석굴암 가상공간을 체험했었다. 스마트폰 판매의 새 동력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감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거는 기대도 크다.
코언 총책임자는 “가상현실 관련 하드웨어 기기들의 개발 속도가 빨라지고 있어 곧 소비자들이 부담 없이 기기를 구입할 수 있을 것”이라며 “가상현실 기기의 수요가 빠르게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해 12월 미국에서 먼저 출시된 기어VR의 가격은 199달러(약 22만 원). 국내 가격도 비슷할 것으로 보인다.
세계 최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페이스북은 지난해 3월 차세대 소셜 플랫폼으로 가상현실 기기를 지목하며 오큘러스VR를 인수했다. 삼성전자는 이 이전부터 20명이 넘는 규모로 팀을 꾸려 오큘러스VR와 협업을 해왔다.
기어VR는 휴대성과 몰입성에 중점을 두고 개발됐다. 갤럭시노트4의 초고해상도(QHD) 디스플레이, 대용량 콘텐츠를 빠르게 처리할 수 있는 프로세싱 능력, 다양한 첨단 센서 기술이 총동원됐다. 가상현실 속 몰입감을 결정하는 화면 전환 속도도 20ms(밀리세컨드·1ms는 1000분의 1초) 수준으로 구현했다.
코언 총책임자는 “기어VR는 스마트폰을 끼워 곧바로 가상현실 콘텐츠를 즐길 수 있어 어디서든 가상현실을 체험할 수 있다”며 “또 가상현실 속에서 다른 사람과 만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기어VR의 킬러콘텐츠(등장하자마자 시장을 지배할 만한 콘텐츠)로 360도 사진과 동영상을 꼽았다. 사진 같은 평면적인 기록에 머무는 것이 언제든 해당 공간에 들어갈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아직 콘텐츠가 부족하다는 질문에 대해 그는 “아직은 맛보기 수준인 짧은 경험에 중점을 둔 콘텐츠가 많은 것은 숙제”라면서도 “오큘러스VR와 삼성전자가 개발자에게 시장 발전의 믿음을 주고 지원한다면 금방 수준 높은 콘텐츠들이 쏟아져 나올 것”이라고 자신했다.
구글의 앱 마켓인 구글플레이나 애플의 앱스토어처럼 가상현실 전용 PC 및 모바일 콘텐츠 유통 플랫폼을 만들어 운영한다는 것이 삼성전자와 오큘러스VR의 방침이다. 게임, 영화뿐 아니라 교육과 의학 관련 콘텐츠도 다양하게 나와 활용됐으면 하는 것이 업계의 기대다.
삼성전자와 별도로 오큘러스VR도 곧 PC용 가상현실 기기를 출시할 예정이다. 현재 협력관계를 맺고 있는 삼성전자와의 경쟁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 코언 총책임자는 “이 제품은 기어VR와 타깃 시장이 다르다”며 “삼성전자와는 꾸준히 협력관계를 이어 나갈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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