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그웨이 이경수 대표 “MS도 빨리 제품 달라고 아우성”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2월 16일 03시 00분


유네스코 ‘세상 바꿀 10大 기술’ 그랑프리

이경수 테그웨이 대표.
이경수 테그웨이 대표.
지난달 30일 유네스코는 직원이 7명인 한국 벤처기업 테그웨이가 개발한 열전소자(熱電素子) 기술을 ‘세상을 바꿀 10대 기술’ 가운데 그랑프리로 선정했다. 트위터, 3D프린팅 등 이미 우리에게 익숙한 기술들이 거쳐 간 자리다. 한국 기업이 그랑프리를 차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3일 대전 유성구 대학로 대전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만난 이경수 테그웨이 대표(55)는 “마이크로소프트(MS)를 비롯한 국내외 50여 개 기업이 직접 찾아와 빨리 제품을 공급해 달라고 했다”며 “벤처기업으로서는 드물게 파트너 기업을 우리가 고를 수 있는 행복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열린 대전창조경제혁신센터 개소식에서 테그웨이 기술을 언급하고 있다. 청와대 홈페이지 캡처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열린 대전창조경제혁신센터 개소식에서 테그웨이 기술을 언급하고 있다. 청와대 홈페이지 캡처
○ 수상 비결은 ‘첨단+적정기술’

열전소자는 온도 차이를 이용해 전력을 생산하는 반도체의 일종으로 이미 널리 쓰이고 있다. 테그웨이가 개발한 기술은 열전소자 부품을 휘어지게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기존 기술과는 다르다. 이 대표는 “유연한 열전소자에 대한 연구는 20년 전부터 이뤄져 왔지만 상용화 가능 기술이 나온 건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유연 열전소자가 쓰이는 곳은 무궁무진하다. 스마트워치의 가장 큰 난제로 지적되는 배터리 문제를 해결해 아예 별도의 충전이 필요 없는 제품으로 만들 수 있다. 자동차나 공장 굴뚝 폐열을 전력으로 바꾸는 데도 사용될 수 있다.

기술적 우수성만이 그랑프리 수상의 배경은 아니다. 유연 열전소자는 손목시계나 옷 형태의 웨어러블(wearable·입을 수 있는) 기기로 체온을 통해 직접 전력을 생산할 수 있어 전력 공급이 어려운 곳에서 특히 유용하다. 예를 들어 아프리카 오지에도 PC 등 정보화 기기를 사용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는 것이다.

이런 사회문제 해결형 기술을 ‘적정(適正)기술’이라고 한다. 이 대표는 “유네스코 심사단은 기술이 인류에게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를 꼼꼼히 조사했다”며 “우리 기술이 가진 유익한 잠재성을 인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근혜 대통령도 지난해 10월 대전창조경제혁신센터 확대 개소식에 참석해 이 기술을 본 후 “삶을 윤택하게 하고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 아이디어”라고 극찬했다.

○ 창조경제혁신센터가 큰 힘

테그웨이가 세 번째 창업인 이 대표는 대전창조경제혁신센터에 입주한 후 큰 도움을 받고 있다.

이 대표에 따르면 창조경제혁신센터에는 ‘우리가 당신의 기술을 써 준다’는 갑(甲)의 자세가 없다. 그는 “대전창조경제혁신센터를 지원하는 SK에 뭔가를 제안하면 다음 날 바로 직원이 이곳으로 내려온다”며 “담당부서 말단 직원을 만나는 데도 수개월이 걸렸던 예전 경험과 비교하면 진심으로 대해 준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밝혔다.

SK는 테그웨이에 창업지원금과 공간, 연구개발(R&D) 장비뿐만 아니라 해외시장 조사까지 지원하고 있다. 앞으로 사업화도 함께하기로 했다. 대기업이 벤처기업과 공동 사업을 하면 정부가 지원하는 ‘수요연계형 지원사업’도 SK와 함께 벌이기로 했다. 첫 작품인 ‘손목밴드형 스마트기기 충전기’는 올해 선보일 예정이다.

창조경제혁신센터를 통해 제품과 관련한 아이디어의 ‘크라우드 소싱’(불특정 다수로부터 아이디어를 제안받고 사례를 하는 것)에도 나설 계획이다.

이 대표는 “누가 창조경제혁신센터를 ‘전시행정’이라고 비난하면 찾아가서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따져 묻고 싶은 심정”이라며 “사업적 성공과 더불어 대기업과 벤처의 모범적인 협업 사례로도 남겨지고 싶다”고 강조했다.

대전=황태호 기자 taeho@donga.com
#테그웨이#이경수#벤처기업#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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