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유네스코는 직원이 7명인 한국 벤처기업 테그웨이가 개발한 열전소자(熱電素子) 기술을 ‘세상을 바꿀 10대 기술’ 가운데 그랑프리로 선정했다. 트위터, 3D프린팅 등 이미 우리에게 익숙한 기술들이 거쳐 간 자리다. 한국 기업이 그랑프리를 차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3일 대전 유성구 대학로 대전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만난 이경수 테그웨이 대표(55)는 “마이크로소프트(MS)를 비롯한 국내외 50여 개 기업이 직접 찾아와 빨리 제품을 공급해 달라고 했다”며 “벤처기업으로서는 드물게 파트너 기업을 우리가 고를 수 있는 행복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열린 대전창조경제혁신센터 개소식에서 테그웨이 기술을 언급하고 있다. 청와대 홈페이지 캡처○ 수상 비결은 ‘첨단+적정기술’
열전소자는 온도 차이를 이용해 전력을 생산하는 반도체의 일종으로 이미 널리 쓰이고 있다. 테그웨이가 개발한 기술은 열전소자 부품을 휘어지게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기존 기술과는 다르다. 이 대표는 “유연한 열전소자에 대한 연구는 20년 전부터 이뤄져 왔지만 상용화 가능 기술이 나온 건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유연 열전소자가 쓰이는 곳은 무궁무진하다. 스마트워치의 가장 큰 난제로 지적되는 배터리 문제를 해결해 아예 별도의 충전이 필요 없는 제품으로 만들 수 있다. 자동차나 공장 굴뚝 폐열을 전력으로 바꾸는 데도 사용될 수 있다.
기술적 우수성만이 그랑프리 수상의 배경은 아니다. 유연 열전소자는 손목시계나 옷 형태의 웨어러블(wearable·입을 수 있는) 기기로 체온을 통해 직접 전력을 생산할 수 있어 전력 공급이 어려운 곳에서 특히 유용하다. 예를 들어 아프리카 오지에도 PC 등 정보화 기기를 사용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는 것이다.
이런 사회문제 해결형 기술을 ‘적정(適正)기술’이라고 한다. 이 대표는 “유네스코 심사단은 기술이 인류에게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를 꼼꼼히 조사했다”며 “우리 기술이 가진 유익한 잠재성을 인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근혜 대통령도 지난해 10월 대전창조경제혁신센터 확대 개소식에 참석해 이 기술을 본 후 “삶을 윤택하게 하고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 아이디어”라고 극찬했다.
○ 창조경제혁신센터가 큰 힘
테그웨이가 세 번째 창업인 이 대표는 대전창조경제혁신센터에 입주한 후 큰 도움을 받고 있다.
이 대표에 따르면 창조경제혁신센터에는 ‘우리가 당신의 기술을 써 준다’는 갑(甲)의 자세가 없다. 그는 “대전창조경제혁신센터를 지원하는 SK에 뭔가를 제안하면 다음 날 바로 직원이 이곳으로 내려온다”며 “담당부서 말단 직원을 만나는 데도 수개월이 걸렸던 예전 경험과 비교하면 진심으로 대해 준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밝혔다.
SK는 테그웨이에 창업지원금과 공간, 연구개발(R&D) 장비뿐만 아니라 해외시장 조사까지 지원하고 있다. 앞으로 사업화도 함께하기로 했다. 대기업이 벤처기업과 공동 사업을 하면 정부가 지원하는 ‘수요연계형 지원사업’도 SK와 함께 벌이기로 했다. 첫 작품인 ‘손목밴드형 스마트기기 충전기’는 올해 선보일 예정이다.
창조경제혁신센터를 통해 제품과 관련한 아이디어의 ‘크라우드 소싱’(불특정 다수로부터 아이디어를 제안받고 사례를 하는 것)에도 나설 계획이다.
이 대표는 “누가 창조경제혁신센터를 ‘전시행정’이라고 비난하면 찾아가서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따져 묻고 싶은 심정”이라며 “사업적 성공과 더불어 대기업과 벤처의 모범적인 협업 사례로도 남겨지고 싶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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