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차남 김동원 한화그룹 디지털팀장(30)이 그룹 내 벤처 투자 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재계에서는 김 팀장 외에도 최근 모바일 게임 개발사에 공동 투자한 조석래 효성그룹 장남인 조현준 효성 사장과 범LG가(家) 출신인 구본호 씨 등 대기업 오너 3세들이 잇따라 벤처에 관심을 가지는 것이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기 위한 시도로 보고 있다.
12일 벤처업계에 따르면 김 팀장은 한화그룹의 벤처 투자를 사실상 전담하는 계열사인 한화S&C가 추진 중인 벤처육성 사업 ‘드림플러스’를 진두지휘하고 있다. 김 팀장은 지난해 10월 한화S&C가 서울에서 처음으로 개최한 벤처 콘퍼런스 ‘드림플러스 데이’에 참석해 여러 벤처업계 사람들과 인사를 나눴다. 또 투자 기업을 발굴하고 육성하는 데에도 적극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 태양광은 장남, 벤처는 차남
한화그룹 내부에서는 김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한화큐셀 영업실장이 태양광 사업을 총괄하는 것처럼 벤처투자 사업은 차남인 김 팀장이 앞으로도 계속 맡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김 팀장이 지분 25%를 보유한 한화S&C는 드림플러스를 통해 지난해 3월부터 지금까지 총 6개 정보기술(IT) 분야 벤처기업에 약 15억 원을 투자했다. 인터넷 여행 계획 추천 서비스 회사(어스토리), 자동차 수리이력 관리 솔루션 개발업체(카페인), 모바일 게임회사(GNM모바일) 등 투자 기업들은 모두 창업한 지 3년이 안 된 신생 벤처기업이다. 한화S&C는 기업들의 해외 진출을 돕는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벤처업계에서는 한화S&C가 지난해 11월 60억 원을 출자해 벤처투자 펀드를 만들 때에도 김 팀장의 역할이 컸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김 팀장이 드림플러스에서 공식 직책은 맡고 있지 않지만 입사 전부터 IT와 벤처 분야에 관심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김 팀장은 지난해 3월 한화그룹에 입사했다.
○ 벤처 투자에 나서는 대기업 3세
조현준 효성 사장과 구본호 씨는 이달 초 공동으로 모바일 게임 개발사 ‘액션스퀘어’에 120억 원을 투자했다. 액션스퀘어는 지난해 출시한 모바일 게임 ‘블레이드’로 연간 1000억 원의 매출을 올리며 급성장한 회사다.
특히 이번 투자가 성사된 데에는 조 사장과 친분이 있는 모바일 게임사 ‘네시삼십삼분’의 권준모 의장의 역할이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LS가(家) 3세인 구본웅 포메이션8 대표도 2012년 미국에서 벤처투자사 포메이션8을 설립하고 현재 약 1조 원 규모의 펀드를 운영하고 있다.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학부와 석사를 마친 구 대표가 창업에 뛰어드는 미국 벤처업계를 접하고 직접 벤처투자사를 차리기로 마음 먹었다는 후문이다. 이 회사는 2년 전 미국 가상현실 기기업체 ‘오큘러스VR’에 1250만 달러(약 137억 원)를 투자했다가 지난해 3월 페이스북이 오큘러스VR를 20억 달러에 인수하면서 유명 벤처캐피털로 부상했다. 고영하 엔젤투자협회장은 “혁신이 생존과 직결되는 요즘 내부에서 찾기 힘든 혁신 역량을 벤처기업 투자와 육성을 통해 키워나간다는 전략”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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