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설인데… 불황에도 지갑 열어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2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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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 매출 2014년보다 10%안팎 늘어… 단가는 낮추고 생필품 위주 구매

주부 김수진 씨(46)는 양가 부모님께 드릴 20만 원 상당의 한우 선물세트를 주문했다. 김 씨는 “연말정산으로 돌려받을 돈도 거의 없어 용돈만 드릴까도 고민했다”며 “그래도 다른 걸 줄여서라도 명절 선물은 챙겨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유통업계에 오랜만에 ‘훈풍’이 불고 있다. 민족 최대 명절인 설을 앞두고 설 선물세트 매출 성장률이 전년 설 대비 10% 안팎을 기록하는 등 선방하고 있기 때문이다.

○ “불황이어도 설 선물은 산다”

지갑을 닫던 소비자들이 설 명절을 맞아 다시 구매에 나섰다. 백화점마다 당초 목표로 했던 설 선물세트 매출 성장률 5∼6%보다 높은 결과를 내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설 선물세트를 본격적으로 판매한 1월 26일부터 2월 14일까지 매출이 지난해보다 11.9% 늘었다고 밝혔다. 현대백화점은 이달 2∼14일에 11.3%, 신세계백화점도 같은 기간 10.9%로 전년 대비 매출이 두 자릿수로 늘었다.

설 매출은 늘었지만 품목별로는 불황의 그림자가 짙었다. 오래 쓸 수 있는 생필품 매출이 급증한 것이다. 롯데백화점에서 생필품 매출은 지난해보다 20.5%나 늘었다. 법인 고객 매출은 전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지만 평균 선물세트 한 개 단가는 지난해 20만 원에서 18만 원으로 10% 줄었다.

현대백화점은 자체 법인영업팀이 기업별 선물 단가를 조사한 결과, 대기업과 중견기업은 큰 변화가 없었지만 중소기업은 달랐다. 이들 기업의 선물세트 단가가 지난해보다 20∼30%가량 줄어든 것이다.

○ 설 선물 매출 증가는 반짝 현상일 수도…

대형마트도 ‘선방했다’는 분위기다. 지난해보다 이마트는 3.8%, 롯데마트는 7.1%가량 설 선물 매출이 늘었다. 롯데마트에서도 선물은 과일, 수산물 같은 신선식품보다 조미료 및 즉석식품이 15.1% 급증하는 등 실생활에 필요한 선물이 주를 이뤘다.

일각에서는 1월 소비자심리지수가 4개월 만에 1포인트 오른 것과 관련해 조심스럽게 새해 소비가 회복되는 것 아니냐는 기대도 나온다. 그러나 유통 현장에서는 “지난해 추석처럼 반짝 특수에 그칠 것”이라고 한다. 명절 선물은 소비의 ‘마지노선’일 뿐이라는 것이다.

박종대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추석에도 매출이 반짝 올랐다 바로 소비가 얼어붙었다. 현재 부동산, 수출, 가계부채 등 모든 면에서 소비 심리를 회복시킬 만한 호재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불황#설#지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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