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 가격이 오른 지 40여 일이 지난 가운데 두 제약업체가 금연치료제 시장을 놓고 외나무다리에서 다시 만났다. 바로 국내 제약사인 한미약품과 글로벌 제약사인 화이자다.
금연치료제 시장은 지난해까지 그다지 주목받지 못했다. 금연치료제의 정부 승인을 받은 업체도 화이자와 한미약품, GSK 등 3곳뿐이었다.
하지만 올해부터 담배 가격이 오르면서 금연치료제 시장이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이참에” 또는 “더러워서” 담배를 끊겠다는 애연가가 늘면서 시장이 커질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여기에 정부가 금연 정책 예산까지 늘렸다. 제약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 금연치료 부문에 6000억 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이 중 금연치료제에만 1400억 원이 집중(25일부터 건강보험 적용)된다.
현재 금연치료제 시장은 일단 화이자의 ‘챔픽스’(성분명 바레니클린)가 점유율 90%로 대부분을 장악하고 있다. 화이자는 “챔픽스는 금연치료만을 목적으로 만든 오리지널 약품이라 약효로 승부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13일 한미약품이 ‘돈’이 되지 않아 2012년 생산을 중단했던 ‘니코피온’(성분명 부프로피온)을 3년 만에 다시 출시하며 대대적인 공세에 나서자 전운(戰雲)이 감돌기 시작했다. 한미약품은 “효능 차이는 크지 않지만 우리 제품의 가격이 훨씬 저렴하다”고 주장한다. 오리지널 약인 챔픽스는 정당 가격이 1700∼1800원인 데 반해 복제약인 니코피온은 정당 673원이다. 업계에 따르면 GSK는 현재 금연치료제와 관련해 마케팅 활동을 거의 하지 않고 있다.
문제는 화이자가 높은 시장점유율을 믿고 마냥 안심할 수만은 없다는 점이다. 한미약품은 이미 발기부전 치료제 시장에서 복제약인 ‘팔팔정’을 앞세워 오리지널약인 화이자의 ‘비아그라’를 넘어선 바 있다. 지난해 팔팔정과 비아그라는 각각 247억 원과 117억 원의 매출액(약국 처방 기준)을 올렸다.
사실 화이자와 한미약품의 ‘악연’은 10년 전부터 시작됐다. 당시 화이자의 고혈압 치료제 ‘노바스크’에 한미약품의 개량 신약인 ‘아모디핀’이 도전장을 던졌다. 최근에는 화이자의 소염진통 복합제 ‘쎄레브렉스’를 한미약품의 ‘낙소졸’이 뒤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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