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제윤 금융위원장의 후임으로 내정된 임종룡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은 관가에서 ‘예정된 장관’, ‘언제 어떻게든 현 정부가 중용할 인재’로 꼽혀 온 인물이다. 옛 재무부 재정경제부 기획재정부의 요직을 두루 거친 데다 민간 경력까지 쌓았고 대인 관계 등에 흠잡을 데가 없다는 평가를 받아 왔기 때문이다. 임 내정자는 박근혜 정부 초대 내각이 짜여질 때도 경제부총리 금융위원장 등의 유력 후보로 동시에 이름을 올렸다.
임 내정자는 17일 “경제 활성화와 금융 개혁 완수에 힘을 쏟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 “농협금융 안정적 성장 기반 닦아” 평가
행정고시 24회로 공직을 시작한 임 내정자는 재경부 금융정책과장, 기재부 경제정책국장, 대통령경제금융비서관, 기재부 차관 등 경제 부처의 주요 보직을 거쳤다. 현 정부에서도 입각이 유력했지만 전(前) 정부 인사라는 꼬리표 때문에 발탁이 늦어진 측면이 있다.
장관급인 국무총리실장을 끝으로 공직을 잠시 떠난 임 내정자는 NH농협지주 회장으로 옮겼다. 전임자(신동규 전 회장)가 농협중앙회와의 갈등 때문에 “제갈공명이 와도 (잘하기) 힘들다”며 떠난 자리였다. 하지만 임 내정자는 특유의 유연함으로 중앙회와의 갈등을 봉합하고 경영 효율화를 통해 농협금융의 안정적인 성장 기반을 닦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우리투자증권 인수로 그룹 포트폴리오를 재정비하고 농협금융을 신한 국민 하나와 더불어 ‘4대 금융그룹’으로 도약시켰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임 내정자가 엘리트 관료로서 풍부한 정책 경험을 쌓았고 민간 경력을 통해 균형감을 갖춘 데다 호남 출신으로 지역 안배가 가능하다는 점까지 고려된 것 같다”고 분석했다. 2009년 대통령경제금융비서관 시절 부친이 위독하다는 전갈을 3번이나 받았으나 회의 때문에 차마 자리를 뜨지 못해 임종을 놓친 일도 있다.
연세대 경제학과 출신인 임 내정자가 금융위원장이 되면 최경환 경제부총리,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와 함께 금융 재정 통화 등 경제 정책 전반을 모두 연세대 상대 출신이 맡게 된다. ○ 금융위 향해 거침없는 쓴소리
임 내정자는 민간 금융사를 직접 경영해 본 경험을 토대로 당국의 금융 정책이나 감독 관행 부문에서 적지 않은 개혁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이달 초 금융위가 주최한 금융인 대토론회에서도 거침없이 쓴소리를 쏟아 내 ‘절절포 선생’이란 별명도 얻었다. “규제 완화는 ‘절절포’(절대로 절대로 포기해서는 안 된다)다”라며 정부가 금융회사들에 더 많은 자율과 경쟁을 허용해야 한다고 질타해서다.
임 내정자는 이날 서울 중구 충정로 농협중앙회 본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그동안 금융회사들이 건전성 관리나 수익성 확보를 위해 많은 역량을 쌓았기 때문에 당국도 앞으로는 그런 점을 신뢰하고 기존 규제의 틀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금융 당국은 금융회사들에 일일이 지시를 하는 코치가 아니라 공정한 룰을 지키며 마음껏 뛸 수 있도록 관리하는 ‘심판 역할’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보기술(IT)과 금융의 융합, 모험자본 육성과 기술금융 등 기존에 추진되던 주요 금융 정책은 보완 과정을 거쳐 계속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현 정부 초대 금융 당국 수장으로 규제 개혁의 총대를 멨던 신 위원장이 3년의 임기를 못 채우고 개각 대상이 된 것은 지난해 KB금융 사태와 우리은행 매각 실패, 최근 하나·외환은행 통합 지연 등이 원인이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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