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투자로 한국의 벤처 기술을 성장시켜 다시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시키는 모델을 확대해 나가겠습니다.”
1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초대로 한국벤처투자에서 한정화 중소기업청장(사진)을 만났다. 마침 한 청장은 텐센트와 샤오미를 길러낸 중국 굴지의 벤처펀드 ‘중국 IDG 캐피털’과 1000억 원 규모의 국내 벤처펀드 조성에 합의하고 오는 길이었다. 이날 합의도 한 청장이 제시한 벤처 발전 모델의 하나다.
○ “한국 벤처가 살길은 중국 시장 진출”
한 청장의 취임 2주년을 앞두고 벤처기업과 관련한 ‘기록 행진’이 이어졌다. 지난해 벤처 투자 규모가 1조6000억 원으로 2000년 이후 최대를 기록한 데다 지난달에는 벤처기업 3만 개를 달성했다. 한 청장은 “벤처 환경 개선을 위해 1년간 노력한 결과가 이제 시장 성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라고 스스로 평가했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창업 생존율과 연구개발(R&D) 성과가 노력과 자본을 투입한 데 비해 저조하게 나타나는 이유는 유통과 판로가 막혀 있기 때문입니다.”
한 청장은 중국을 한국 벤처의 미래 시장으로 꼽았다. 중기청은 올해 업무계획에서 총 5000억 원 규모의 중국 진출 펀드를 조성한다고 밝혔다. 한 청장은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 재임 시절부터 꾸준히 중국에 진출한 한국 중소기업들을 조사하고 연구해 온 ‘중국통’이다.
2000년대 초 한국에 벤처 붐이 불어 올 당시 중국으로 향하는 ‘벤처 러시’가 있었다. 한국의 기술에 중국 현지의 싼 인건비를 적용시키는 모델이다. 그러나 중국 자체 기술이 발전하면서 제조업을 앞세웠던 1차 중국행 벤처 러시는 채 10년을 가지 못했다.
그런데 최근 중국을 향한 ‘2차 러시’가 시작될 조짐이 보인다는 것이 한 청장의 진단이다. 정보통신기술(ICT)로 무장한 한국 벤처기업들이 중국 시장을 겨냥하고 나선 것이다. 그는 “한국 벤처의 중국 진출을 적극적으로 지원한다면 2차 러시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더구나 중국에는 한국 벤처기업에 투자하려는 자본도 넉넉한 상황이다.
○ ‘위험(Risk)’보다 ‘보상(Reward)’이 큰 시장으로
하지만 중국 시장이 미래의 먹을거리까지 담보해 주는 것은 아니다. 한 청장은 “중국의 벤처 창업과 투자의 성장 속도에 달렸지만, 이르면 3년에서 늦어도 5년이면 중국 벤처기업의 수준이 한국을 따라잡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은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도 수백억 원대 벤처 투자 예산을 금방 만들어 냅니다. 중국 벤처기업의 기술 수준이 높아지고, 이에 따라 자국 기업에 투자할 요인이 늘어나면 한국 벤처에 큰 위협이 될 수도 있습니다.”
결국 이런 ‘미래의 장애물’을 극복할 관건은 현재 국내에 막 피어나기 시작하는 두 번째 ‘벤처 붐’의 싹을 어떻게 만개시킬 것인가에 달려 있다. 한국 벤처의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는 뜻이다.
한 청장은 “똑똑한 인재들이 벤처 창업 시장으로 나오도록 하기 위해서는 ‘위험’보다 ‘보상’이 커야 한다”며 “벤처가 사업으로 성장해 끝까지 잘될 수 있는 가능성이 보장돼야 한다”고 말했다. 중기청이 ‘단계별 벤처 지원’을 강조하는 이유다.
한 청장은 다음카카오의 키즈노트 인수 등 대형 정보기술(IT) 업체의 벤처기업 인수와 인큐베이팅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한 청장은 “가치 평가만 제대로 해준다면 대기업의 벤처기업 인수는 벤처 생태계의 균형을 잡아주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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