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룡 “규제의 틀 처음부터 새로 짜겠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2월 22일 03시 00분


규제 과감하게 풀어 자율성 보장… 진입장벽 낮춰 경쟁유도 나설듯

“단지 규제를 ‘몇 건’ 완화한다고 될 문제가 아닙니다.”

차기 금융위원장에 내정된 임종룡 NH농협금융지주 회장(사진)은 21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금융 규제 개혁에 대한 소신을 이렇게 밝혔다. 규제를 얼마나 완화했는지 ‘숫자’에 집착하지 않고 규제의 틀을 아예 처음부터 새로 짜겠다는 것이다.

임 내정자는 “금융회사들의 자율과 경쟁을 위해 현재 규제 체제를 근본적으로 다시 생각하겠다”며 “민간에서 경험한 약 2년의 시간에서 느낀 게 많다”고 설명했다. 그는 “금융당국이 규제에 대해 어떤 태도를 취하는지에 따라 금융회사들의 문화가 많은 영향을 받는다”며 “지금보다 (금융회사 문화가) 더 창의적으로 바뀔 수 있도록 노력해 보겠다”고 강조했다.

임 내정자의 이런 발언은 ‘금융 안정’이란 이유로 금융업계를 규제로 옥죄던 기존 정책의 패러다임에 메스를 들이대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지금까지 정부는 촘촘한 규제망을 동원해 금융회사들의 손발을 꽁꽁 묶는 대신 높은 울타리를 쳐놓고 이들의 독과점을 보호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하지만 앞으로는 충당금이나 건전성 규제 등 금융회사들이 이미 알아서 잘 지키는 부분은 과감하게 규제를 풀어 자율을 보장하되, 금융업의 진입장벽을 낮춰 업계의 치열한 경쟁을 유도하겠다는 뜻이다. 임 내정자는 이달 초 금융당국 주최로 열린 대토론회에서 “구두(口頭) 지도 등 비공식적인 규제도 최소화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임 내정자는 연휴 첫날인 18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금융감독원 연수원에 차려진 임시 사무실에 출근해 금융위 간부들과 상견례를 하고 현안보고를 받았다. 다음 주부터는 3월 초로 예상되는 국회 인사청문회에 대한 본격적인 준비에 나설 예정이다. 임 내정자는 이명박 정부에서 장관급인 국무총리실장을 지내긴 했지만 인사청문 대상이 아니었기 때문에 이번이 첫 청문회다. 다만 김용준 전 국무총리 후보자와 정홍원 전 총리 등 상급자의 청문회 준비를 총괄한 경험이 많다.

임 내정자가 고위 공직자로서 재산 공개를 한 가장 최근 시점은 2013년 3월로 당시 서울 여의도 광장아파트와 송파구 훼미리아파트, 예금 등을 포함한 재산은 16억6000만 원이었다. 이후 연세대 석좌교수와 농협지주 회장으로 재직하면서 재산이 더 불어났을 것으로 추정된다. 병역은 본인이 군필이고 자녀는 딸만 한 명 있어 문제가 안 될 것으로 보인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임종룡#규제#자율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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