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DP 대비 투자액 세계1위인데도 성과못내 누적 기술무역적자 41兆
“기관들 연구비만 눈독, 개발 소홀”
한국의 원자력 안전기술은 2010년 세계 최고 수준보다 4.7년 뒤처져 있었지만 2년 뒤인 2012년에는 이 격차가 7.8년으로 벌어졌다. 정부가 원자력 연구개발(R&D) 예산을 2010년 2824억 원에서 2012년 3580억 원으로 27% 늘렸지만 기술력 차이가 더 커진 것이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원전 선진국들이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원전 관리 및 안전기술 쪽으로 R&D의 방향을 틀었지만 한국은 기존에 해오던 각종 사업을 유지하는 데 매달리다 기술 격차가 벌어졌다고 평가했다.
역대 정부가 국가의 미래 성장동력을 키우기 위해 매년 R&D 투자를 늘려 왔지만 제대로 된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2일 동아일보 취재팀이 2006년부터 올해까지 진행된 정부 R&D 사업을 전수 조사한 결과 10년간 정부가 R&D에 투입한 재정은 140조5000억 원이었다. 그 사이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 R&D 규모는 세계 1위, 국가 예산에서 R&D 투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세계 2위로 올라섰지만 2006∼2013년 특허권 등 기술무역수지에서 375억5000만 달러(약 41조5000억 원)의 누적 적자가 발생했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으로 이뤄지는 국가 R&D 투자의 악순환을 끊지 않으면 박근혜 정부가 강조하는 창조경제도 제 성과를 내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2002년 한국형 고속열차 기술 개발 이후 대규모 R&D 예산이 투입된 분야에서 국민이 기억하는 뚜렷한 성과는 드물다. 이와 관련해 R&D 예산을 받는 공공기관들이 ‘연구비 타내기’에만 집중할 뿐 상용화처럼 국가경제에 실질적 도움이 될 성과를 내는 데 집중하지 않는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정부는 누차 R&D 투자의 효율성을 제고하겠다고 공언했지만 그때뿐이었다. 박희재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교수는 “연구과제 수립, 기획 단계부터 사업성, 시장성 중심으로 평가하는 방식으로 R&D의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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