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에 고향집에 다녀온 고객 A 씨가 법인 설립에 대해 상담을 요청해왔다. 친척들과 공동 소유로 되어 있는 종중 소유의 토지 때문이었다. 공유 지분 형태의 토지여서 친척들 중 누군가가 담보대출을 받거나 세금을 납부할 때 친척끼리 서로 얼굴을 붉히는 일이 많아 불편하다고 했다.
이럴 때는 비영리법인인 종중 소유로 명의를 변경하면 된다. 종중의 등록확인서와 규약 또는 정관을 마련하고 총회 결의서와 함께 종중 대표자의 서류를 세무서에 제출하면 된다. 세무서의 승인을 받은 종중은 비영리법인으로서 법인세를 적용받기 때문에 부동산을 처분할 때 세금 부담도 줄일 수 있다.
최근에는 개인이 수익을 목적으로 부동산에 투자하기 위해 법인을 설립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위의 사례처럼 다수의 공동 투자자가 하나의 부동산을 공동 소유하는 경우 법인을 설립해 법인 명의로 부동산을 사들이는 것이다. 부동산을 담보로 대출을 받거나 부동산을 처분할 때 소유자 간 협의가 이뤄지지 않아 분쟁이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세금 부담을 줄이기 위해 법인을 설립해 부동산에 투자하는 경우도 많다. 예를 들어 빌딩을 보유하고 임대수익을 받는 고소득자의 경우 종합소득세 부담이 크게 마련이다. 개인사업자로서 세금을 부담할 때는 소득 규모에 따라 최대 38%의 누진세율을 적용받는다. 반면 법인세율은 소득과표가 2억 원 이하이면 10%, 2억 원 초과∼200억 원 이하이면 20%다. 부동산 규모가 크고 임대소득이 많은 고소득자는 법인 설립을 고려하는 게 유리하다고 볼 수 있다.
새로운 법인을 세우고 임대용으로 구입한 부동산을 현물로 출자하면 양도세와 법인의 취득세가 발생하는데,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부동산을 현물 출자하면서 내는 양도세는 법인이 해당 부동산을 팔 때까지 납부를 미룰 수 있다. 법인을 설립하면서 취득한 부동산에 대해서는 부동산 매입 금액 등 조건에 따라 취득세를 면제해 준다.
그렇다고 마구잡이로 법인을 설립하다간 큰코다친다. 법인 설립 비용과 농어촌특별세(농특세)를 내야 하고 수도권 과밀억제권역에서는 취득세를 면제 받더라도 중과세율이 적용되기 때문에 부담이 커진다. 이 외에 기타 수수료 등 부동산 매입 비용, 법인 설립과 이후 지속적인 운영 및 관리에 소요되는 비용이 예상보다 많을 수 있다. 이 때문에 다른 비용들을 꼼꼼히 따져보고 법인 설립 여부를 결정하는 게 좋다.
한편 부동산 임대 사업을 크게 벌이는 투자자들은 별도의 부동산 임대관리회사를 만들어 자신의 부동산을 임대·관리하도록 맡기기도 한다. 부동산 임대관리회사에 지급되는 적정 수수료는 임대사업자의 경비로 인정될 수 있다. 총 임대소득에서 경비 등이 지출되면 소득과표가 줄어들어 세금 부담을 덜 수 있다.
하지만 수수료가 적정 수준을 넘어서면 경비로 인정받지 못할 수 있고 별도의 회사 법인에 투입되는 운영비용과 설립비용 등이 과도하면 세금 부담이 더 커질 수 있으니 유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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