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기업과 손잡고 문을 연 창조경제혁신센터를 통해 작은 성과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창조경제 실현을 위한 정부 지원과 대기업의 노하우가 마중물이 돼서 일반인과 벤처기업의 창업에 활기를 북돋고 있는 것이다.
SK그룹이 운영하는 대전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육성 중인 벤처기업들은 출범 2개월 만에 국내외에서 13억 원을 투자받았다. 해외 박사 출신 고급 인력 채용도 잇따르고 있다. 스타트업 기업인 엑센은 최근 10억 원을 투자받았다. 엑센은 이산화탄소 센서를 활용해 스마트홈 등 다양한 사물인터넷(IoT) 서비스를 구현하는 기반기술을 보유했다.
최근 엑센에 1억 원 투자를 결정한 벤처창업기획사인 액트너랩의 양홍춘 이사는 “대기업이 기술과 시장성을 직접 인정했다는 점을 높이 평가해 투자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대전센터는 누구나 3차원(3D) 프린터 및 스캐너 등 디지털 장비와 기자재를 손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팹(Fab) 트럭’도 운영하고 있다. 팹 트럭이란 제작(Fabrication)과 실험실(Laboratory)의 합성어인 ‘팹랩’(개방형 시제품 제작소)에 이동성을 추가한 것이다. 팹 트럭은 대전 내 명소와 교육기관 등을 방문하면서 ‘풀뿌리 창조경제’의 확산을 돕는다. 앞으로는 전국 대학가 및 중소기업 밀집 지역 등도 방문할 계획이다. 앞서 SK그룹이 대전센터 안에 마련한 팹랩에서는 지난해 10월 이후 150여 건의 시제품이 제작되는 등 지역 스타트업 및 창업지원자들로부터 높은 인기를 얻고 있다.
삼성그룹이 운영하는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는 지난해 12월 대구지역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을 지원하는 ‘크리에이티브랩(C-랩)’이 스타트업 아이디어를 공모했다. 최종 18개 팀을 뽑는데 3519개 팀이 공모전에 참가해 207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는 등 경쟁이 치열했다.
선발 분야는 IoT, 소프트웨어, 3D 프린터, 웨어러블(착용형)기기, 패션, 스마트카, 게임·영상 등 다양했다. 선발된 팀은 준비금으로 팀당 2000만 원을 받고 노력 여하에 따라 C-랩 입주 6개월 뒤 최대 5억 원까지 지원받을 수 있다. 벤처캐피털과 같은 다른 투자자 유치도 가능하다. 현장에 상주하고 있는 삼성전자 직원 등 전문가들로부터 멘토링도 받을 수 있다.
삼성은 C-랩에 실리콘밸리식 투자 회수 시스템을 도입할 계획이다. C-랩의 지원으로 창업한 벤처기업 지분 2∼8%를 혁신센터가 확보한 뒤 나중에 그 기업이 상장하면 지분 매각을 통해 투자금을 회수하고 이를 재투자 재원으로 쓰겠다는 것이다. 정부 예산이나 기업의 지원에만 의존해선 자생력이 없다고 보고 독자적인 ‘투자→회수→재투자’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 계획이다. 글로벌 시장 공략도 내세우고 있다. 삼성 측은 “중국, 동남아시아 등 신흥시장이 핵심 타깃으로 삼성의 해외 영업망과 마케팅 조직이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밝혔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창조경제혁신센터의 성과를 확산하기 위해 올해 다양한 사업 계획을 펼쳐나갈 계획이다. 전국에 창조경제센터 17곳을 구축하면서 창업 활성화와 함께 연매출 1000만 달러, 수출 100만 달러 이상인 글로벌 소프트웨어(SW) 전문기업을 2013년 17개에서 2017년 50개로 늘리겠다는 목표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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