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은 지난해 문을 연 ‘대전창조경제혁신센터(이하 대전센터)’를 창조경제의 메카로 만든다는 목표 아래 국내외 ‘대박 벤처’ 사례를 만들어 낼 13개 대표 벤처기업을 선발해 원스톱 풀패키지 인큐베이팅을 진행하고 있다.
이를 위해 SK는 김창근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을 비롯한 SK하이닉스 등 창조경제와 연관된 관계사의 최고경영자(CEO) 등이 참여하는 협의체인 ‘창조경제혁신추진단’을 발족시켰다. 단장은 장동현 SK텔레콤 사장이 맡아 직접 창조경제 활성화를 챙기고 있다. 대기업에서 그룹 차원의 전담 지원조직을 만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전센터의 경우 7명의 SK 직원이 센터에 상주한다. 현장 상주직원 외에 SK텔레콤, SK이노베이션, SK하이닉스 등의 기술전문가들을 벤처기업과 전담 마크맨으로 연결시켜 기술 사업화를 돕고 있다.
또 국내 유명 벤처캐피털과 에인절투자자 10명을 1대1로 짝지어 경영컨설팅을 병행하고 있다. SK 관계자는 “쉽게 말해 기술과 경영 전문가를 붙여 개인교습을 시켜 주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SK는 네트워킹과 마케팅 망도 벤처기업에게 개방했다. 특히 SK가 지난해 11월 해외진출을 위해 추가로 선발한 ‘글로벌 벤처스타’ 3곳은 이 서비스를 가장 유용하게 이용하고 있다.
저가형·저전력 광 트랜시버 기술을 보유한 옵텔라(Optela)와 센싱·네트워킹이 가능한 운반 용기관리 응용 기술을 가진 페타리(Petari), 사물인터넷 기술을 응용한 심폐소생 교육 장비 및 서비스를 제공하는 아이엠랩(I.M.LAB) 등 하이테크 벤처기업 3곳이다. 이들 기업의 해외진출 프로그램은 3월부터 본격 가동된다.
SK텔레콤의 미국 자회사인 SK이노파트너스는 이들 업체를 미국 새너제이 사무실에 입주시켜 미국 현지 벤처지원 프로그램과 연계해 해외진출 가능성을 탐색한다. 이미 인텔과 랩나인 등 해외의 파트너사를 선정한 상태여서 벤처기업의 시장성이 인정될 경우 세계 굴지의 회사와 전략적 제휴를 맺을 가능성이 높다. SK의 해외 파트너는 비즈니스 미팅을 통해 사업성이 우수한 벤처기업에 최대 100만 달러의 시드머니를 제공할 예정이다.
SK는 인큐베이팅 중인 벤처기업 제품도 그룹이 운영하는 온라인 쇼핑몰을 통해 판매하도록 지원하고 있다. 국내외 정보통신기술(ICT) 관련 전시회에 동반 참석하면서 벤처기업의 인지도와 기술 신뢰도를 높여 나가고 있다.
이 밖에 SK는 공모전을 통해 선발한 벤처기업들과는 별도로 대전지역의 9개 벤처기업과 예비창업자들을 그룹의 사업부서와 연계시켜 기술지원과 제품개발, 마케팅을 돕고 있다. SK그룹은 또 500억 원의 펀드를 구성해 벤처기업 성장의 자양분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아울러 입주 벤처기업과 대전지역 예비창업자들이 창업의 꿈을 실현해 나갈 수 있도록 시제품 제작소의 문호도 대폭 개방했다. 대전센터는 ICT를 시연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 기기와 시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3D프린터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3D프린터는 제작시간을 대폭 줄일 수 있어 지역 예비창업가들이 즐겨 찾는다.
SK는 벤처기업과 대학교수 및 학생·일반인 등을 대상으로 경영혁신과 사업 아이템을 구체화하는 ‘창의혁신 교육’(Design Thinking)도 있다. 상반기(1∼6월) 중 모바일 분야 전문가 양성 교육기관인 ‘대전 T-아카데미’를 연다.
이처럼 전폭적 지원이 이뤄지다 보니 SK의 인큐베이팅을 받는 벤처기업들의 만족도도 높다.
체온에서 전기를 생산해 스마트기기를 충전하는 신기술을 개발 중인 ‘테그웨이’ 이경수 대표는 “우리가 개발하는 제품은 ICT와 에너지 양쪽에 걸쳐 있다”며 “SK그룹은 바이어이면서 동시에 폭넓은 마케팅 네트워크를 전 세계에 확보하고 있는 만큼 기대감이 크다”고 설명했다.
미국과 한국에서 모두 사업 경험을 갖고 있는 ‘나노람다’ 최병일 대표는 “미국에도 많은 창업지원 프로그램이 있지만 창조경제혁신센터처럼 정부와 대기업이 함께 전폭적인 지원을 펼치는 경우는 드물다”고 평가했다.
대전센터는 문을 연 뒤 3개월여 만에 2000여 명이 다녀갔다.
지난해 12월에는 주한 스위스 대사관의 크리스티안 슈나이더 과학기술협력실장이 부실장과 함께 대전센터를 찾았다. 슈나이더 실장은 스위스 기술산업을 혁신시키는 아이템을 찾는 업무를 담당한다.
스위스도 대전센터와 유사한 방식으로 벤처기업의 창업생태계를 조성하고 있어 도움이 될 만한 아이디어를 찾기 위한 방문이었다. 그는 대전센터 입주 벤처기업의 보유 기술, SK그룹의 맞춤식 지원 내용을 구체적으로 물어본 뒤 “스위스의 초정밀 기술과 첨단 바이오 기술이 SK그룹의 ICT와 결합하면 다양한 사업기회가 생길 것 같다”고 말했다.
주한 스위스 대사관 직원 방문에 앞서 주한 미국 대사관의 경제과 직원도 대전센터를 찾아 대전센터 입주업체를 포함해 국내 벤처기업에 대한 미국 투자가들의 투자 환경에 대해 집중적으로 물었다.
지난해 11월에는 태국 국가과학기술개발원(NSTDA)이 정부 차원에서 공모로 선발한 벤처기업 대표 등 10여 명이 대전센터를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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