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출범과 동시에 핵심 정책 과제로 천명된 ‘창조경제’가 3년 차를 맞아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26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대로 전경련 회관 1층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2015 창조경제 혁신 콘퍼런스’에서는 본궤도에 오른 창조경제 정책과 지역별 창조경제혁신센터의 성공 사례들이 발표됐다.
○ 창조경제 성과 조금씩 가시화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은 이날 ‘역동적 혁신 경제로 경제성장의 퀀텀 점프를 이룬다’는 주제로 직접 기조발표에 나섰다. 최 장관은 지난 2년간의 창조경제 성과를 소개한 뒤 한국형 창조경제 모델을 서둘러 안착시키겠다는 의지도 나타냈다.
최 장관은 “지난해 신설 법인은 사상 최대인 8만5000개에 이르렀고 창조경제를 본격 추진한 지 2년 만에 국내 벤처기업이 3만 개에 육박하고 있다”며 “에인절 투자자도 1년 전보다 50% 이상 늘어나는 등 창업 바람이 사회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세계은행 기업환경평가(IBD)에서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3위에 오르는 등(지난해 10월 발표) 한국 창조경제의 진가가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 장관은 이에 머물지 않고 창조경제를 ‘경제 퀀텀 점프’의 주역으로 만들기 위해 3가지 역점 과제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올 상반기(1∼6월) 17개 창조경제혁신센터 개소를 완료(현재 6곳 개소)해 ‘혁신적 창조경제 생태계’를 마련하는 게 첫 번째다. 또 고급 기술 인력을 창업으로 유도하는 동시에 죽음의 계곡을 극복하도록 지원해 ‘역동적 기업 생태계’를 구현하기로 했다. 마지막으로는 기업 성장 단계별 선순환 금융 생태계 조성과 금융과 정보기술(IT) 간 융합을 통한 ‘창조적 금융 생태계 활성화’도 목표로 삼았다.
정책 소개를 맡은 최종배 미래부 창조경제조정관은 “이제 국내 시장에만 머물러서는 살아남을 수 있는 기업이 거의 없다”며 “처음부터 글로벌 시장을 목표로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협업할 수 있도록 정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정부 간섭 벗어나 민간이 주도해야
이날 마지막 세션은 ‘역동적인 혁신 경제를 위한 창조경제 추진 전략’에 관한 종합토론. 이 시간엔 현 정부 정책에 대한 날선 비판과 이에 대한 반박이 이어지면서 치열한 토론이 전개됐다. 패널로는 얀키 마르갈리트 이노도 벤처스 대표 파트너와 최 조정관, 허은녕 서울대 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국민경제자문회의 창조경제분과 위원), 김선일 대구 창조경제혁신센터장, 이재호 SK창조경제혁신추진단 CEI센터장 등이 참여했다. 사회는 이장우 경북대 경영학부 교수(한국경영학회장)가 맡았다.
먼저 이 교수가 “이제는 창조경제의 의미를 이해하는 데 시간을 투자하기보단 실천이 급한 상황”이라며 “창조경제혁신센터라는 좋은 전략이 나왔지만 대기업에 또다시 의존한다는 건 너무도 ‘한국다운 전략’ 아니냐는 문제 제기가 있다”고 포문을 열었다.
반면 허 교수는 “대기업은 한국 경제가 가진 가장 큰 자산으로 활용할 가치가 충분하다”며 “대학생들이 경험을 쌓기 위해 기업에 들어가는 것만큼 이제는 기업도 대학이나 외부로 나와 새로운 시각을 수혈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김 센터장도 “대기업들이 인적 자산과 마케팅 및 영업 네트워크 등을 지원하는 것은 국내 스타트업만 가질 수 있는 혜택”이라며 “대기업과 스타트업의 ‘윈윈’ 효과가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창조경제가 성공하려면 정부의 간섭부터 최소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마르갈리트 파트너는 “오늘 콘퍼런스에서 가장 많이 들렸던 단어가 창조경제와 함께 정부였다”며 “정부는 혁신을 만들 수도 없을뿐더러 만들려고 해서도 안 된다”고 잘라 말했다.
하지만 최 조정관은 “집에서 혼자 열심히 공부해서 훌륭한 성적을 낼 수도 있지만 대부분의 학생에게는 학교나 학원이 필요하다”며 “정부는 창조경제와 관련해 학교나 학원 역할을 하고자 하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또 “창조경제혁신센터는 한국의 실정에 가장 맞는 프로그램으로 판단하기 때문에 당분간 필요하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이 센터장도 “창조경제혁신센터의 경우 우려와 달리 정부가 지역 센터마다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해 주고 있어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