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희 분당서울대병원장은 지난 2011년 1월 집무실에서 DBR 73호 스페셜 리포트를 읽다 “바로 이거다!”라고 외쳤다. 이 원장(당시 서울시보라매병원장)은 그 즉시 기획실장, 약제부장 등 보라매병원 경영간부들에게 연락했다. “돌아오는 월요일 ‘DBR 강독회(講讀會)’ 시간엔 73호에 게재된 ‘고객관계관리(CRM)를 통한 로열티 증대 방안’ 글에 대해 집중 토론합시다.”
DBR 강독회는 지난 2009년 부임한 이 원장이 병원에 와서 가장 먼저 한 일이다. 병원 간부들에게 DBR를 ‘강제로’ 읽게 한 후 내용을 발표하고 토론하도록 하는 모임이다. 처음엔 간부들 사이에 불만이 컸다. 다 내로라하는 의사요 교수인데 자신들을 학생 취급 하는 것도 모자라 의학저널도 아닌 경영 매거진을 읽고 간부회의 때마다 발표를 하라고 하니 반발은 당연했다. 이 원장은 그러나 “6개월쯤 지나자 간부들의 태도가 바뀌기 시작했다”며 “처음엔 각자 읽은 글을 대충 요약 발표하는 시늉만 내던 간부들이 어느새 자발적으로 토론에 참여하더니 DBR에서 얻은 아이디어를 병원 경영에 어떻게 접목할지 고민하느라 회의 시간이 모자랄 정도”였다고 말했다.
DBR 73호 스페셜 리포트를 놓고 토론을 벌일 때도 그랬다. 진정한 고객 만족을 위해선 단순한 CRM이 아니라 고객 접점 관리를 강화해 수준 높은 고객경험을 제공해야 한다는 DBR 콘텐츠의 통찰에 모든 경영 간부들이 공감했고 이를 병원에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에 대해 토론하느라 회의는 끝날 줄을 몰랐다. 결국 보라매병원은 ‘고객경험관리(CEM·Customer Experience Management)’를 병원 운영 전반에 적용하기 위해 경영혁신실까지 신설했다. 병원에서 치료받고, 대기하고, 수납하는 모든 과정에서 환자와 가족들에게 좋은 경험만을 안겨주기 위해서다.
보라매병원을 떠나 지난 2013년 분당서울대병원으로 자리를 옮긴 이 원장은 이듬해 신년사에서 ‘자율적 혁신’을 화두로 던졌다. 2003년 ‘100% 디지털 병원’으로 개원하며 국내 병원업계의 혁신을 선도해왔던 분당서울대병원의 새로운 10년을 준비해야 할 시점(2014년)에서 던진 이 화두 역시 DBR의 다양한 혁신 관련 콘텐츠로부터 얻은 통찰을 기반으로 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폐암 환자들을 위해 단기 병상 운영(성과: 빠른 병상 회전율 통해 입원과 치료가 빨라져 병원 수익률 및 환자 만족도 제고)이나 중심정맥관삽입술 전용 키트 개발(성과: 특화된 멸균방포·소독세트 개발로 시술 후 감염 위험률 감소) 등은 모두 분당서울대병원이 자율적 혁신을 통해 거둔 성과물이다. 이철희 원장은 “DBR은 실제 경영 일선에서 부딪히는 문제들에 대해 각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핵심만 추려 알기 쉽게 전달해 주기 때문에 어떤 경영학 서적보다도 유익하다”며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지금만큼만 해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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