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안위 ‘10년 수명연장’ 결정 이후
향후 45일간 안전성 정기검사… 지원금 협상-주민협의 병행
설계수명 30년이 끝난 경북 경주시 월성원자력발전소 1호기에 대해 정부가 10년 수명 연장을 허가했지만 실제 재가동을 둘러싸고 극심한 진통이 빚어질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향후 10년간 고리 1호기를 포함해 원전 6기의 재가동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만큼 실타래처럼 엉킨 갈등을 풀지 못하면 에너지 정책 전반에 부담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수력원자력은 27일 월성 1호기 계속운전 대책회의를 열고 재가동 일정과 주민 협의 방안을 논의했다. 조석 한수원 사장은 “앞으로 45일간의 정기검사를 통해 설비 안전성을 확인하고 4월에 재가동할 수 있도록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한수원 측은 계속운전 심사 과정에서 안전성을 확인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한수원 관계자는 “노후 설비의 대부분을 교체했고 만일의 사고에 대비해 방사성 물질의 외부 누출을 차단하는 설비까지 설치해 사실상 새 발전소나 다름없다”고 설명했다.
재가동을 위한 법적 요건은 갖췄지만 실제 재가동이 이뤄지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무엇보다 지역주민들과의 협의가 관건이다. 과거 원전 및 전력설비 관련 갈등 사례를 봤을 때 법적 절차와 무관하게 주민 동의는 사실상 필수 절차가 됐다.
일부 주민과 환경단체가 “원자력안전위원회의 결정은 대다수 주민의 의견을 무시한 일방적인 절차”라고 주장하는 등 갈등은 커질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월성원전 반경 1.5km 안에 있는 경주시 양남면 나아리와 나산리 주민 일부는 이날 “원전을 폐쇄하든지 주민 이주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시위를 벌였다.
최양식 경주시장은 “대승적 차원에서 수용한다”고 밝혔지만 경주시의회 의원 일부는 이번 결정에 반발하며 대책 마련에 나섰다. 한수원 관계자는 “계속운전 결정이 이뤄진 만큼 앞으로 지원금 협상과 함께 주민과 협의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새벽 계속운전 결정을 내린 원안위 전체회의는 전날 시작부터 계속운전 찬성 측과 반대 측이 격하게 대립하며 진통을 겪었다. 수명 연장에 반대하는 측은 월성 1호기에 캐나다 정부가 정한 원자로 격납건물 안전기준(R-7)이 제대로 적용되지 않은 점을 집중적으로 거론했다.
찬성 측 위원들이 “과학적으로 안전성을 충분히 확보했는지 따지는 게 중요하지 캐나다 기준 준수 여부에 집착할 필요가 없다”고 반박했지만 회의 내내 양측 간 견해차는 좁혀지지 않았다. 찬반 양측 간의 갈등은 월성 1호기 수명 연장 심사가 시작된 올해 1월부터 계속됐다. 이 때문에 결론 도출에 이르기까지 2개월에 가까운 시일이 걸렸다.
회의에서 수명 연장에 반대한 비상임위원 2명은 회의 막판에 위원장이 표결로 결정하겠다고 밝히자 격렬히 항의한 뒤 퇴장했다. 결국 계속운전에 찬성하는 7명만 남아 표결에 참여했다. 이완구 국무총리는 이날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 문제를 표결로 하는 것에 대한 문제 제기에 부분적으로 동의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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