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경조사가 이렇게…” 주말마다 날아드는 ‘또다른 세금’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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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공감백서 맞아, 맞아!]돌아온 결혼시즌 ‘고민의 계절’

직장인들 "경조사비 부담되네"

다음 달 결혼을 앞둔 회사원 송모 씨(30). 그는 설 연휴 전까지 주말의 대부분을 결혼식장에서 보냈다. ‘쌍춘년(입춘이 두 번 있는 해)’이 끝나는 날인 2월 18일까지 친구들과 친척, 비슷한 또래의 직장 동료들의 결혼식이 몰려 있었기 때문이다.

본인도 결혼을 앞두고 있었기 때문에 청첩장을 받으면 잠깐이라도 얼굴을 비쳐야 했다. 그러다 보니 하루에 결혼식장을 3곳이나 가야 하는 날도 생겼다. 푹 쉬어야 할 주말에 결혼식장을 전전하다 보니 몸도 피곤하지만 무엇보다 부담이 되는 건 축의금이었다. 한 곳당 5만∼10만 원씩 꼬박꼬박 낸 것을 계산해 보니 송 씨는 올해에만 50만 원이 넘는 돈을 축의금으로 썼다. 송 씨는 3월부터 5월까지 달력에 표시된 결혼식 일정을 보며(물론 자신의 결혼도 표시돼 있었다) ‘무슨 결혼식이 이렇게 많냐’며 한숨을 내쉬었다.

○ 한 달 평균 경조사비만 16만 원 넘어

온라인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지난해 9월 82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직장인들은 경조사에 월평균 2.1회 참석해 16만 원을 지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령별로는 40대 이상이 월 2.3회로 경조사 참석 빈도가 가장 높았고 30대(2.1회), 20대(1.8회) 순으로 뒤를 이었다. 경조사 지출 비용은 30대가 16만 7258원으로 가장 높았다.

축의금과 부의금을 쓰는 돈이 만만치 않다 보니 이에 따른 직장 내 스트레스가 적지 않다. 특히 경조사비로 얼마를 내느냐가 친소(親疏) 관계를 가늠케 하는 기준으로 비치는 경우가 많아 더 고민이다.

광고회사의 막내 직원 조모 씨(25) 최근 축의금 때문에 속이 상했다. 지난달 직장 상사인 유 과장(33)의 결혼식이 발단이었다. 취직 후 처음으로 상사의 결혼식에 참석한 조 씨는 축의금 3만 원과 아기자기한 축하 선물을 준비했다. 하지만 신혼여행을 다녀온 유 과장은 직원들 앞에서 조 씨더러 들으라는 양 “요즘 호텔 예식장 식대가 얼만데, 양심도 없이 3만 원을 축의금이라고 내는 사람이 있더라”며 “사람 약 올리는 것도 아니고, 나를 완전히 무시하는 행동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 씨는 진심으로 축하를 해주고도 축의금 액수 때문에 이런 수모를 겪는다는 생각에 한동안 우울했다.

잡코리아의 설문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85.6%가 경조사비 지출 비용을 부담스럽게 생각했다. 앞서 2013년 온라인 취업포털 ‘사람인’이 직장인 965명을 대상으로 ‘경조사비 현황’을 설문조사한 결과 회당 지출 비용은 5만 원(67.2%)이 가장 많았고 3만 원 이하는 9.2%에 불과했다.

○ 눈치 보고 눈치 주는 결혼식

중견기업 영업사원 한모 씨(29)는 최근 직속 팀장인 노총각 박 차장의 결혼식에 참석한 뒤 마음이 편치 않았다. 신입사원 때부터 자신을 잘 챙겨준 박 차장의 결혼 소식에 꼭 참석하겠다고 말했지만 막상 청첩장을 열어 보니 가장 친한 친구의 결혼 날짜와 시간까지 겹쳤다. 고민 끝에 한 씨는 직장에서의 쌓은 관계가 틀어질까 봐 친구에게 솔직히 사정을 말하고 박 차장의 결혼식을 선택했다.

결혼을 준비하는 직장인들도 스트레스를 받기는 마찬가지다. 제약회사에 다니며 3년간 사귄 남자친구와 두 달 뒤 웨딩마치를 울릴 계획인 장모 씨(29). 청첩장을 직장 동료에게 전했을 때 받았던 축하에 기쁜 마음도 있었지만 지금은 ‘차라리 결혼식을 비밀로 할걸’ 하는 생각을 하고 있다. “결혼 준비하느라 회사는 뒷전”이라며 대놓고 면박을 주는 상사 때문이다.

장 씨는 업무에 지장이 안 가는 선에서 가끔 반차를 내 웨딩드레스를 고르고, 식장을 알아보는 등 결혼 준비를 하고 있다. 하지만 규정으로 보장된 휴가를 사용해도 눈치를 주니 퍽 부담스럽다. 장 씨는 결혼 후에 월차라도 내면 “이래서 여자들은 결혼하면 회사 생활을 제대로 안 한다니까”라며 상사가 눈치를 줄까 봐 벌써부터 걱정이다.

직장문화 서비스기업 ‘오피스N’의 이윤진 팀장은 “결혼은 서로 축하하고 축하받아 마땅한 중요한 행사지만 직장인들은 상사와 주변 동료들의 눈치 때문에 오히려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다”며 “가시 박힌 말과 공허한 축의금보다는 진심이 담긴 따듯한 한마디가 먼저 오가야 축복받는 결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경조사비#결혼식#경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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