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기업 절반 이상이 상반기(1∼6월) 채용 계획을 확정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 악화와 실적 부진에 정년 연장까지 겹쳐 ‘채용 삼중고’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여론조사업체 리서치앤리서치를 통해 국내 매출 상위 500대 기업 중 상시종업원 수 300명이 넘는 207개 대기업을 대상으로 올해 상반기 신규채용 계획을 조사한 결과 134개(64.7%) 기업이 아직 계획을 수립조차 하지 못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2일 밝혔다.
‘지난해보다 채용을 늘리겠다’고 답한 기업은 12개(5.8%)에 불과했다. 작년과 유사한 수준의 채용 계획을 세운 기업이 37개(17.9%), 지난해보다 규모를 줄이기로 한 곳은 14개(6.8%)로 나타났다. 아예 사람을 뽑지 않겠다는 기업도 10개(4.8%)나 됐다.
신규 채용을 늘리지 못하는 이유로는 ‘국내외 업종 경기 악화’(26.4%) 때문이라는 기업이 가장 많았다. 또 실적, 구조조정 등 회사 내부 상황 악화와 정년 연장으로 인한 퇴직인원 감소(각 23.6%)도 주요 이유로 꼽았다.
기업 채용 규모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적정 정원 관리(55.8%), 업종 경기 상황(19.4%), 인건비 총액(15.3%), 정부 시책 호응(5.3%) 순으로 나타났다.
상반기 대졸 신규채용 인원 중 이공계 선발 비중은 기업당 평균 59.2%로 대기업이 인문계보다 이공계를 더 선호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공계 선발 비중이 가장 높은 업종은 건설·에너지 분야로 이공계 비중이 74.3%였다. 공기업도 이공계가 73.3%로 높은 비중을 보였다. 인문계 졸업생을 더 뽑겠다는 업종은 도소매업(77.5%), 운수업(66.7%)에 불과했다. 여성 채용 비중은 남성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평균 23.4%로 나타났다.
이철행 전경련 고용노사팀장은 “국내외 경기 부진, 통상임금 확대에 따른 인건비 상승, 60세 정년 의무화 등으로 상반기 대졸 취업난이 심각할 것”이라며 “특히 대기업에서 이공계와 남성 선호도가 높아 인문계 출신 여성들의 취업이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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