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 0.5%… 외환위기후 15년 7개월만에 최저
전문가 “디플레 선제적 대응해야”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5년여 만의 최저치인 0.5%에 그쳤다. 담뱃값 상승분을 빼면 사실상 마이너스 상승률이다. 정부는 ‘디플레이션(저물가 속 경기 침체)’을 우려할 만한 상황은 아니라고 강조하지만 선제적인 정책 대응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3일 통계청에 따르면 2월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0.5% 상승하는 데 그쳤다.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 7월(0.3%) 이후 15년 7개월 만에 가장 낮은 상승률이다. 특히 올해 들어 2000원 오른 담뱃값 인상분(물가 기여도 0.58%)을 제외하면 0.06% 떨어진 것으로 집계됐다. 한국의 소비자물가는 관련 조사가 시작된 1965년 1월 이후 한 번도 마이너스 상승률을 보인 적이 없었다.
정부는 저물가의 가장 큰 원인으로 국제유가 하락을 들었다. 지난달 석유류 물가는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24.3% 하락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국제유가 하락이라는 외부 요인이 국내 소비자물가에 영향을 끼친 것”이라며 “기대인플레이션이 2.6%로 높은 수준이고 내수 회복이 진행되고 있어 조만간 물가 상승 압력이 생길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소비자물가가 석 달 연속 0%대에 머문 데다 지난달 소매판매가 전달보다 3.1% 줄어드는 등 소비심리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아 디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적극적인 재정정책이나 금리인하 등 통화정책 수단을 동원해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금리 인하 시기를 놓치면 수출과 내수 침체로 이어지고 재정 정책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다만 현 상황에서는 금리를 낮춰도 투자와 소비가 늘지 않는 ‘유동성 함정’에 빠질 수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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