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발행규모 70조 원을 돌파하며 ‘국민 재테크 상품’으로 자리 잡은 주가연계증권(ELS)의 열기가 올 들어서도 식지 않고 있다. 두 달 새 벌써 14조 원을 빨아들이며 재테크 시장의 ‘블랙홀’이 됐다.
최근 들어서는 답답한 박스권에 갇힌 국내 증시 대신 해외 증시와 연계한 ELS가 인기를 끌고 있다. 처음 ELS에 입문한 초보투자자를 겨냥해 손실 위험을 대폭 낮춘 상품도 쏟아지고 있다.
4일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 들어 ELS 발행금액은 1월 7조1546억 원, 2월 6조6515억 원으로 두 달 동안 14조 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6% 증가한 규모다. 올해 월평균 발행규모(6조9030억 원)는 지난해 월평균 발행액(5조9831억 원)을 1조 원가량 훌쩍 뛰어넘었다.
이중호 유안타증권 연구위원은 “초저금리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주식 직접투자는 부담스럽고 주식형 펀드의 수익률도 변변찮으니 중위험·중수익 상품인 ELS로 시중자금이 쏠리고 있다”고 말했다.
ELS는 개별종목 주가나 코스피200 같은 지수의 움직임에 연동해 투자수익이 결정되는 상품이다. 올해도 작년과 마찬가지로 ‘종목형 ELS’보다는 연 6%대의 안정적인 수익을 올리는 ‘지수형 ELS’가 발행금액의 95% 이상을 휩쓸고 있다.
특히 올 들어서는 지수형 중에서도 한국의 코스피200과 연계한 국내 지수형 상품의 인기가 시들해지고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HSCEI), 유로스톡스50,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등을 기초자산으로 한 ‘해외 지수형 ELS’의 인기가 치솟고 있다.
국내 지수형 ELS는 1월에 1조5813억 원이 판매되는 데 그쳤지만 해외 지수형 ELS는 5조9661억 원이 발행됐다. 전체 ELS에서 국내 지수형 ELS가 차지하는 비중도 작년 12월 49.5%에서 올 1월 20.8%로 반 토막 난 상황이다. 반면 해외 지수형은 46.1%에서 78.5%로 급증했다. 지난달 말에는 유안타증권이 증권업계 최초로 중국 본토 상하이증시의 우량종목으로 구성된 ‘CSI300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 ELS를 선보이기도 했다.
강남기 삼성증권 상품개발팀 차장은 “국내 증시가 워낙 오랫동안 박스권에 갇혀 있다 보니 고객들이 변동성도 높고 시장 전망도 좋은 중국, 유럽 등 해외 증시와 연계한 ELS로 관심을 돌리고 있다”고 말했다.
수익률을 낮추는 대신 안정성을 강화한 업그레이드 상품이 쏟아지는 것도 새로운 트렌드다. 은행 예금만 하다가 처음 ELS에 투자하는 투자자들을 손쉽게 끌어들이려는 전략이다.
삼성증권은 2개월 내에 기초자산이 15% 이상 하락하면 상환구조가 더 안전하게 바뀌는 ELS를 선보였다. ELS는 원금손실(녹인·Knock-In) 구간에 한 번이라도 진입하면 원금을 떼이는 게 보통이지만 미래에셋증권은 녹인 구간에 20거래일 연속 머물러야 손실이 나는 상품을 내놓았다. NH투자증권은 3년 만기 때까지 수익이 나지 않으면 만기를 2년 연장해 추가로 수익을 올릴 기회를 주는 ELS를 개발했고, 동부증권은 아예 ELS를 처음 거래하는 고객을 대상으로 한 3개월 만기 ELS를 판매하고 있다. 이런 흐름은 지난해 종목형 ELS가 대거 손실을 내면서 보수적인 ELS 투자자가 늘어난 것도 영향을 미쳤다. 강 차장은 “고객들도 이제 수익률이 높은 ELS보다는 안정성이 보장된 합리적인 상품을 먼저 찾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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