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첫선을 보인 상장지수증권(ETN)이 거래 규모를 빠르게 늘리며 새로운 재테크 상품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하루 평균 거래대금은 12억 원을 넘어섰고 개인투자자 비중도 60%에 육박하고 있다.
ETN은 주식·해외지수·환율 등 다양한 기초지수의 움직임에 따라 수익률이 결정되며 주식처럼 상장돼 자유롭게 사고팔 수 있는 금융상품이다. 구글, 페이스북 같은 해외주식이나 옵션, 선물처럼 선뜻 접근이 힘들었던 투자처에도 소액으로 분산 투자하는 효과를 누릴 수 있어 저금리 시대에 대체 투자처로 관심을 끌고 있다.
● 넉 달 만에 거래 12배로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6일까지 ETN의 하루 평균 거래대금은 12억6900만 원으로 출시 첫달인 지난해 11월(1억900만 원)에 비해 약 12배로 급증했다. 올 1월(6억5800만 원)과 비교해도 갑절 수준으로 늘었다.
ETN은 지난해 11월 17일 6개 증권사의 10개 ETN 종목이 거래소에 상장되면서 거래가 시작됐다. 이달 3일 미래에셋증권의 11번째 신규 ETN이 상장되자 이튿날인 4일에는 거래대금이 15억 원을 돌파하며 사상 최고치를 찍기도 했다.
ETN 시장으로 눈 돌리는 개인투자자들이 늘면서 거래가 활발해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전체 ETN 거래에서 개인투자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11월 50.1%에서 올 2월 56.8%로 늘었다.
● 기초지수 등락대로 수익률 결정
ETN은 재테크 인기상품으로 자리매김한 상장지수펀드(ETF)와 비슷하다. 각종 해외지수나 주식 선물·옵션, 원자재 등을 기초지수로 삼아 만든 상품으로 지수 등락에 따라 수익률이 결정된다. 거래소에 상장돼 일반 주식처럼 매매가 가능하다. 투자자들은 주식이나 ETF처럼 증권사 홈트레이딩시스템(HTS)에서 ETN을 검색한 뒤 주문을 넣으면 된다.
과세 체계도 ETF와 동일하다. ETN는 0.3%의 증권거래세가 면제된다. 매매 차익에 대해서는 배당소득세 15.4%가 부과되며 금융소득 종합과세 대상에도 포함된다. 다만 국내 지수를 활용한 ETN은 장내에서 매도하면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차이점이 있다면 ETF는 자산운용사가 기초자산을 직접 편입해 운용하는 ‘펀드’의 일종으로 운용사 능력에 따라 수익률에 차이가 생길 수 있다. 반면 ETN은 증권사가 자기신용을 바탕으로 발행하는 일종의 ‘파생상품’으로 기초지수의 움직임이 그대로 수익률에 반영된다. 따라서 기초지수가 하락하면 ETN도 그만큼 원금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 또 발행한 증권사가 파산할 경우 투자금을 날릴 위험이 있다.
● 수익구조 이해하고 투자해야
출범 초기부터 운영된 10개 ETN의 평균 수익률은 현재 2.7%이다. 은행 정기예금 금리보다 높은 수준이다. 특히 삼성증권의 ‘Perfex 유럽 고배당 주식 ETN(H)’은 지금까지 19% 이상 오르며 가장 높은 수익률을 보이고 있다. 이 상품은 고배당 유럽 주식 25~100개 종목을 기초자산으로 하며 환헤지로 유로화 환율 변동 리스크를 없앴다.
거래량은 한국투자증권이 코스피200 선물과 현물을 활용해 내놓은 ‘TRUE 코스피 선물매수 콜매도 ETN’, ‘TRUE 코스피 선물매도 풋매도 ETN’이 압도적으로 높다. 신규 상장된 ‘미래에셋 미국 바이백 ETN’은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내 자사주를 매입하는 기업들로 구성된 바이백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다.
전문가들은 “ETN은 소액으로 일반투자자가 접근하기 어려운 파생상품에 투자할 수 있고, 수수료가 비싼 해외 직접투자를 하지 않더라도 글로벌 우량주에 투자할 수 있다”며 “ETN의 기초지수와 수익구조를 꼼꼼히 따져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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